뺑소니로 짓밟힌 50대 신문배달원의 삶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구글플러스
  • 기사내보내기
  • 2019-04-16


뒤늦게 구속된 20대 가해자, 사과조차 없어

 뺑소니로 석 달 넘게 혼수상태에 빠진 신문배달원 김 모(56)씨.
 4남 2녀의 막둥이인 김씨가 용돈이나 벌어보자는 요량으로 시작했던 신문 배달이 40년을 훌쩍 넘긴 가운데 불행은 갑작스럽게 닥쳤다.
 지난 1월 9일 밤은 여느 날과 비슷했다.
  
 늘 그랬듯이 그는 배달할 신문을 챙겨 오토바이에 올랐다.


 자정을 넘길 무렵이었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에 갑자기 승용차가 자신을 덮쳤다.
 이내 몸은 고꾸라졌다.
 사고 충격으로 오토바이는 튕겨 나가 주차 차량 3대가 파손되기도 했다.


 가해자는 사고 확인도 없이 줄행랑을 쳤다.


 그리고 김씨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사고로 머리와 턱뼈, 옆구리, 엉치뼈를 심하게 다쳤다. 뇌수술만 4번이나 받았다.
 음식을 못 먹는 탓에 코에 연결된 호스 2개로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병원은 의학적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했다.
 사고 이튿날 검거된 정모(22)씨는 전역을 앞둔 상근 예비역이었다.
 헌병대에 인계됐던 정씨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하지만 영장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민간인 신분이 된 정씨는 단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았다.


 석 달 넘게 사경을 헤매는 김씨의 기구한 사연이다.
 언론 보도로 사실을 접한 검찰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정씨를 구속하고 재판에 넘겼다.
 검찰 시민위원회 위원 9명도 만장일치로 구속 의견을 제시했다.


 검찰은 정씨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시일이 너무 지나 음주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다.
 김씨의 형 태형(59)씨는 군대와 가해자에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태형씨는 "정씨가 뒤늦게나마 구속됐지만, 군대에서 영장 기각 사유가 '도주 우려가 없었다'였다. 이게 말이나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내 자식 또래라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고 병원도 찾지 않았다"며 "정씨 부모라면 자식을 끌고 와서라도 사죄했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태형씨는 "동생이 의식만 돌아오면 희망이 있겠는데…. 같이 살고 싶다"고 울음을 삼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