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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소목장 엄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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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영기자 이지용기자
  •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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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원목 인기 끌면서 전통가구 회귀 움직임…젊은층 고객도 부쩍 증가”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엄태조 소목장이 영천의 작업실에서 한국전통가구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의 뒤로 전통가구를 만드는데 쓰이는 다양한 도구들이 보인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엄태조 소목장이 만든 다양한 가구들.
“엄태조. 1944년 4월28일 군위군 산성면 금양2동 163 출생. 1958년 14세경 서울 서대문구 모래내 이효부씨 공방에 입사, 8년간 근무. 1966년 강대규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보유자에게 22세까지 사사. 1973년 대구 대봉2동 175-5에서 자영업. 1987년 전승공예대전 작품 첫 출품. 1988년 전승공예대전 장려상 수상. 1987년부터 전승공예대전 연속 출품. 2014년 9월16일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보유자 인정.”

엄태조 목공예 명장(75)이 내놓은 작은 수첩에 적힌 글이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어떻게 소목장의 길로 들어섰는지를 묻자 기자 앞에 펼쳐놓은 수첩에는 그의 삶의 궤적이 파란 볼펜글씨로 또박또박 새겨져 있었다. 아주 잘 쓴 글씨는 아니었으나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국가무형문화재가 되기까지 걸어온 삶이 어떠했으리라는 짐작을 불러일으키며 소목장 특유의 섬세함을 느끼게 했다. “나이가 드니 요즘은 기억력이 나빠져 이렇게 적지 않으면 자꾸 잊어버리네”라고 말하지만 그 수첩에 적힌 메모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해나가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에서 아직 일흔 중반이라는 나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메모에 미처 적지 못한 것들도 많은 것으로 압니다.

“국가무형문화재가 되기 전 1996년에 대구시지정무형문화재 제10호 소목장이 되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목공예 명장, 대한민국 목공예 전통기능전승자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명장회 초대 부회장, 대한민국 전통기능전승자회 초대 부회장 등을 지냈으며 대한민국 명장회 대구경북지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지요.(이 같은 활동 덕분에 그는 대통령표창장, 대통령산업포장, 중소기업중앙회장 표창장 등을 받았다)”


1996년 대구시지정무형문화재 10호
대한민국 목공예 명장·전통기능전승자

고가구 수리하며 전통가구 매력 빠져
기능평가 다양한 공예대전 각종 수상
유형문화재 보수 대목장 경험 자극제
골동품·전통못 수집에도 남다른 열정

80년대 전통가구 호황, IMF후 하향
배우려는 젊은층 많이 없어 안타까움
서울서 직장생활 접고 온 아들과 작업
힘든 일 대물림, 미안함 크지만 든든

22∼28일 박물관휴르 사제간 전시 마련



▶국가무형문화재 소목장 보유자라 하셨는데 소목장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을 듯합니다.

“나무를 다루는 장인을 목수라고 합니다. 목수에는 대목장(大木匠)과 소목장(小木匠)이 있습니다. 대목장은 궁궐, 사찰, 주택 등의 건축을 담당하는 장인을 일컫고 소목장은 건축물의 창호나 장롱, 궤함 등의 세간들과 가마, 수레, 농기구 등의 도구류를 만드는 장인을 의미하지요. 주로 소목가구를 만드는데 소목가구는 원목을 사용하여 목재가 지닌 나무 결을 그대로 살려서 자연미를 추구하는 게 특징입니다. 특히 전통가구류가 많이 차지하며 방의 종류에 따라 안방가구, 사랑방가구, 주방가구 등으로 분류됩니다. 이와 함께 불교가구나 경판, 현판 등도 제작하지요.”

▶소목장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집안 형님을 따라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그때 가게 된 곳이 바로 가구공장이었지요. 거기서 가구를 만들고 수리하는 법을 배우다가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강대규 선생에게 사사하고 대구로 내려와 한 골동품 가게에 취직을 했습니다. 고가구를 수리하면서 전통가구의 가치와 우수성을 점점 깊이 알게 되었고 고가구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직접 만들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여년간 손을 놓지 않았던 전통가구 제작에 대한 기능을 평가받고 싶어 전승공예대전 등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엄 명장은 동아공예대전 동아공예상, 대구시공예품경진대회 대상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다.) 이러한 것들이 소목장 기능보유자가 되는데 탄탄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유형문화재 보수에도 다양하게 참여한 것으로 압니다.

“합천 해인사 장경판 판가 및 경판 보수, 상주 수암종택 유물보수, 국립상주대 박물관 유물보수, 예천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 보수, 영천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 보수, 함안 장춘사 대웅전 수미단 제작 등에 참여했습니다. 소목장이지만 대목장이 하는 일도 다양하게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지요.”

엄 명장은 골동품과 전통못 수집에도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다. 골동품의 경우 보관 창고를 몇개나 가지고 있고 고려시대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못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고서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글을 보고 제작 연대를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혜안을 가지고 있다. 골동품가게에서 일을 하고 유형문화재 보수에 참여한 것이 이런 안목을 키우게 하는데 큰 자극제가 되었다고 한다.

▶한때 전통가구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았으나 최근 시들해지는 분위기라고 하셨는데요. 전통가구의 현주소에 대해 이야기해 주십시오.

“1980년대 경제적 상황이 좋아지면서 집의 크기도 커지게 되었습니다. 또 아파트생활을 하는 이들도 늘기 시작했지요. 자연스럽게 큰 가구를 찾는 이들이 늘었고 전통가구에도 봄날이 왔습니다. 전통가구를 만들어온 내 인생에서 가장 황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IMF 이후 전통가구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의 호경기는 사라져버렸고 전통가구의 봄날은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확 바뀌었지요. 아파트문화가 보편화되면서 붙박이장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결혼을 할 때도 장롱 등의 혼수가구를 해가는 이들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젊은 층은 전통가구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이만이 아닙니다. 전통가구에 대한 인기가 시들하니 이 기술을 가르치고 싶어도 배우려는 사람이 없지요. 전통에 대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최근 전통에 대한 인식이 좀 바뀌고 있어 다행이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원목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고 전통가구로 다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고 있습니다. 아직은 50~60대가 주 고객층이지만 40대의 발길이 조금씩 늘고 있어 내심 기쁩니다. 전통가구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촉발시키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20년 전부터 아드님(엄동환)과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을 듯합니다.

엄태조 소목장의 뒤를 이어 소목장의 길을 가고 있는 아들 동환씨. <본인 제공>
“1990년대 말 좋은 직장에 다니던 아들을 대구로 불러 가업을 잇게 했지요. 소목장의 삶이 힘겨웠기 때문에 원래는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적이랄까요. 아들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고 서울에서 직장에 잘 다니던 아들이 결국 사표를 내고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들과 함께 하니 든든하고 좋은데 이런 힘든 일을 대물림한다는 데서 미안함도 큽니다.”

아버지의 인터뷰 때문에 쉬는 날인 데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모시고 나온 엄동환씨(47)는 아버지의 말을 뒤이어 자신의 심경을 밝힌다. “어릴 때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일을 어깨 너머로 배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반대를 해서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대구로 내려와서 가구 만드는 일을 도와달라고 하시니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 길로 들어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최고의 스승을 아버지로 두었기 때문에 최고의 기술을 전승할 수 있는 행운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아버지 곁에서 일하다보니 배우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아버지의 기능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의견 충돌도 많습니다. 특히 디자인 등에 있어서의 이견이 큽니다. 저는 좀더 현대적인 가구를 제작하고 싶은데 아버지는 전통을 고수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20년쯤 이 일을 하다보니 엄씨도 이제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미 그도 후배들의 진취적 생각 앞에서 자신이 미처 따라잡지 못하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그동안 현대적 디자인에 대한 시도를 다양하게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아버지의 맥을 이어 전통을 제대로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지고 있다.

▶대구 동구 신무동에 새로운 작업실을 마련할 계획이라 하셨는데요.

“현재는 영천에 있는 아들의 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이수자, 전수자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집 가까이에 작업실 겸 전시장을 만들려 합니다. 내년에 문을 열 예정입니다. 영천 작업장 및 전시장은 아들이 전담합니다.”

▶오는 22일부터 28일까지 박물관휴르(대구 수성구)에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엄태조 계승’이란 타이틀로 사제간 전시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제자들(이수자 김태훈, 전수자 엄동환·김재열·이태발·황기현, 전수생 장종관·김기한)이 와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하는 전시입니다. 전통목가구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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