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문화 시대 .4] 대구경찰청 디지털포렌식계

  • 서정혁,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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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9 07:34  |  수정 2019-06-29 07:38  |  발행일 2019-06-19 제8면
디지털기기에 숨어있는 사건·사고의 진실찾는‘컴퓨터 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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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찰청 디지털포렌식계 분석관들이 장비를 이용해 증거 분석을 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지난해 대구 한 당구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현장에선 남녀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이 화재를 두고 경찰은 고민에 빠졌다. 동반자살인지, 누군가 불을 낸 것인지 확인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경찰은 어렵게 CCTV를 확보했지만 또다시 좌절했다. CCTV가 화재 진압을 위해 사용된 소방장비에 의해 오염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어떻게든 오염된 영상을 복원해야 했고, CCTV는 대구경찰청 디지털포렌식계에 넘겨졌다. 디지털포렌식계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영상 복원에 성공했다. 복원된 영상에는 남성이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는 장면과 이를 말리던 여성(당구장 주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평균 7년이상 IT기업 근무경력
전문 분석관 7명이 한 팀 구성
프로그램개발하고 도구도 제작
전문성·기술 해외서도 인정받아

날로 전문화하고 있는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 역시 전문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보이지 않는 증거를 찾아내는 디지털포렌식계는 경찰 전문화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부서로 평가받고 있다. 범죄자가 범죄현장에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아도 휴대폰·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사용한 흔적은 남기 때문이다. 범죄자의 검색기록, 문자 내용 등은 풀리지 않던 범죄 퍼즐을 맞추는 실마리 역할을 한다. 디지털포렌식은 컴퓨터·휴대폰 등 저장매체나 인터넷상에 남아 있는 각종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으로‘컴퓨터 법의학’이라고도 불린다.

대구경찰청은 중요사건 해결에 핵심이 되고 있는 디지털 증거 분석업무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8년 8월 디지털포렌식계를 신설했다. 사이버수사대에 소속돼 있던 디지털 증거 분석관들을 독립된 부서에서 근무하게 하고, 지난 1월 사이버안전과 디지털포렌식계로 직제 개편을 완료했다. 대구경찰청 디지털포렌식계는 점차 자료분석 의뢰가 늘어남에 따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증거분석용 첨단 장비와 프로그램 등을 갖추고, 전문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전문 분석관 7명을 한 팀에서 근무하게 했다.

현재 근무 중인 분석관들은 컴퓨터 관련학을 전공했으며 평균 7년 이상을 IT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을 인정받아 사이버 경력경쟁채용으로 선발된 인재들이다. 이들 전원은 디지털포렌식 관련 교육을 이수했으며 2명은 컴퓨터공학 석사학위, 3명은 포렌식 전문 자격증(EnCE)을 취득한 전문가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만큼 이들은 분석도구를 자체적으로 제작하거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한다. 실제 이호영 분석관은 위치추적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전국 경찰청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프로그램 개발로 그동안 외주를 통해 해석하던 자료를 경찰 내부에서도 해석이 가능하게 됐다.

디지털포렌식계는 ‘치안한류’에도 앞장서고 있다. 전문성과 기술이 해외 각지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 치안이 상대적으로 불안한 국가들은 자국 경찰관이 선진 수사기법을 익힐 수 있도록 디지털포렌식계를 초청하고 있다. 이우채 분석관은 2017년 6월 몽골을 방문해 IP 추적기술, 디지털 근거 확보 기술, CCTV 복원 기법 등에 대해 강의했다. 몽골에서 소매치기가 빈번한 까닭에 이들의 가르침은 몽골 치안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박신종 디지털포렌식계장은 “디지털포렌식계가 더 성장하기 위해선 자료분석에 대한 공정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공정한 증거분석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팀 자체가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범죄자가 사용하는 모든 기기에는 반드시 증거가 남아 있다. 우리 분석관들은 보이지 않는 증거를 찾아낼 수 있는 전문가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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