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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고령사망자 4년간 5배…사회적유대 형성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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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우태기자
  •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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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노인 고독사 증가세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구에서 혼자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지내지 못하는 이들은 좁은 단칸방에서 힘들게 혼자 지내다 쓸쓸히 먼 길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지원과 함께 이들이 세상을 등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유대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심리적 지원 방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올 3월 65세이상 인구 15% 넘겨
독거노인 4년간 2만명 늘어 9만명
인권위설문에 26%“죽음 생각해봐”
학계“경제지원만큼 심리안정 중요”

◆어느 상인의 쓸쓸한 죽음

지난 11일 오전 10시쯤 교동상가 3층 옥상. 청소 도구를 가지러 온 한 상인이 창문 너머 사무실 내부에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누군가의 발이 공중에 떠 있는 것.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제까지 웃으며 인사를 나눴던 동료 김모씨(71)가 목을 멘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해 김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김씨가 대구 교동시장에 좌판을 편 것은 30여년 전. 부산에서 태어나 자란 김씨는 결혼을 한 뒤 슬하에 딸 한 명을 두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혼을 선택한 김씨는 딸과 아내를 뒤로하고 대구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한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교동상가에 잡화 가게를 연 그는 성실함 하나로 30년 넘는 세월을 버텼다. 1998년 IMF 외환위기의 찬 바람도 견디며 한 자리에서 손님을 맞았다. 그러나 세월의 변화는 막을 수 없었다. 전통시장이 급격히 쇠락하면서 매출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줄었다. 잡화가게에서 신발가게로 업종을 변경했지만, 장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 최근 들어서는 마수걸이도 못한 날이 부지기수였다.

지난해말 김씨는 보증금 150만원에 월세 30만원에 살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월세가 밀린 탓에 받아 나올 보증금도 없었다. 다행히 주변 상인의 도움으로 지난 2월17일 보증금 없이 한달에 17만원인 포정동 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러나 또 불행이 닥쳤다. 이사한 건물 4층에 있던 대보사우나에서 대형 화재가 일어난 것. 다친 곳은 없지만 한동안 이사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피소를 전전해야 했다.

최근 그는 부쩍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고 이웃은 전했다. 김씨와 절친한 사이였던 이재만씨(66)는 “매대에 먼지 쌓인 구두를 닦으며 한숨쉬는 모습을 자주 봤다”며 “주변에 돈도 빌리고 대출도 많이 해서 부채도 많은 것으로 알고있다. 빚은 늘고 갚을 방법이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령화 사회 진입, 노인고독사 막을 방법 없나

고령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노인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5년 대구지역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12.7%(31만2천명)에서 2018년 기준 14.7%(36만2천명)로 증가했다. 전체 인구에서 만 65세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4.0%가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특히 올해 3월 들어서는 이 비율이 15.0%로 늘었다. 혼자 사는 독거노인 수는 지난해 말 기준 9만4천여명으로 4년전보다 2만명 가까이 늘었다.

이런 탓에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는 노인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고독사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무연고 사망자 수 증가를 통해 노인인구의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대구지역 65세이상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4년 13명에서 2018년 64명으로 5배가량 급증했다. <그래프 참조>

노인 고독사에 대한 우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 따르면 65세이상 응답자 1천명 중 75.6%가 노인 자살과 고독사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26.0%가 그렇다고 답했다. 고독사에 대해 염려하는 응답자도 23.6%인 것으로 나타났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인들에 대한 지원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심리적·사회적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연고 없이 혼자 사는 노인들은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집단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유착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건강한 사회 관계가 고독사를 막는 안전망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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