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탓하면서도 도시철驛 수유공간 운영은 뒷전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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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2 07:29  |  수정 2019-07-22 07:29  |  발행일 2019-07-22 제6면
대구, 수유실갖춘 역 7곳·7% 불과
휴일엔 불꺼지고 잠겨있는 곳도
칸막이 부족 남녀동시이용 어려워
관계자 “안전 위해 폐쇄적 운영”
저출산 탓하면서도 도시철驛 수유공간 운영은 뒷전
대구도시철도 1호선 화원역에 있는 수유실. 조명이 꺼져있고 문도 잠긴 상태다. 부산지하철의 경우 365일 개방 운영 중이다.
저출산 탓하면서도 도시철驛 수유공간 운영은 뒷전
수유실을 이용하려면 고객센터에 연락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주말인 지난 20일 오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10개월 된 아들과 함께 외출을 나온 최모씨(37)는 진땀을 흘려야 했다. 갑자기 울음이 터진 아이의 기저귀를 갈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모차를 끌고 한참을 서성이던 최씨는 어쩔 수 없이 화장실로 향했다. 하지만 남성 화장실에는 기저귀 갈이대가 없었다. 최씨는 “아내가 지하철역의 수유실을 이용했다고 말한 기억이 있어 찾아보려 했는데 없어서 당황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아빠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답답하다”면서 “저출산을 이야기하면서 낳은 아이를 좀 더 편하게 키울 수 있는 세심한 배려가 적은 것 같아 아쉽다”고 하소연했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김모씨(여·31)는 “유동인구가 많은 역임에도 불구하고 수유실이 없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대구도시철도의 수유실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유실을 갖추기 힘든 버스정류장과 달리 도시철도의 경우 이를 갖출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충분함에도 이런 시설이 적다는 것은 인식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육아편의시설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비난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6일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현재 수유실이 있는 곳은 7개 역으로 전체 91개 역 중 7.6%에 불과하다.

타 시·도와 비교해 봤을 때도 설치율이 턱없이 낮은 편이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1~8호선 227개 역사 가운데 88개 역사(38%)에 수유실이 설치돼 있다.

부산 지하철은 모든 역사 고객센터 내부에 별도로 수유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14개 역 중 110개 역에 설치돼 있지만, 환승역(4개 역)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지하철 역 어디서나 해당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대구지하철 역사 내에 설치된 수유실도 적지만, 설치된 곳마저도 이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수유실이 있는 4개 역을 방문해본 결과, 전부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었다. 대신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가야 이용이 가능하다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부산의 경우 365일 개방 운영 중이다.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들어간 수유실 내부의 경우 수면실에는 칸막이가 있었지만, 그 외에는 개방된 구조인 탓에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이용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수유시설 관리기준 권고안’을 통해 아빠들의 수유시설 출입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탈선 공간 또는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는 걸 막고 산모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아직 시설을 확충할 계획은 없지만, 육아를 하는 부모, 어린아이를 위한 편의 시설인 만큼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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