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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칼럼] 일본 불매 운동의 다음 단계는 제조업 경쟁력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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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20


불매운동이 결실 거두려면

부품·소재 대일종속 끝내야

국산화 위해선 장기간 소요

일시적 어려움 따르더라도

결연한 의지 다져 대응 필요

이제 50일쯤에 접어들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기세가 등등하다. 쉽게 끓어오르고 쉽게 식어버린다는 한국인의 국민성 운운하면서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던 비아냥거림이 무색하게 운동은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자본주의 세계화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지금, 불매운동은 우리 국민이 일본 정부에 대항해서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형태의 저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저항은 분명히 일본의 기업은 물론 우리에게도 큰 희생을 강요한다. 일시적인 불편함을 넘어 때로는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인 부품과 소재의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도 불매운동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 결실을 얻으려면 긴 안목과 새로운 국민적 결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점에서 불매운동의 역사적 선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근대 초에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유럽 열강은 아메리카 대륙과 서인도 제도에 정착식민지를 건설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독립에 성공한 곳은 물론 지금의 미국, 그러니까 영국령 북아메리카 식민지였다. 7년 전쟁이 끝난 이후 본국 정부가 식민지의 과도한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서 정착민의 서부 진출을 막고, 식민지인의 무역을 좀 더 철저하게 규제하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식민지인에게 한 번도 부과한 적이 없었던 인지세를 부과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에 대해서 식민지인은 그들이 누려야 할 영국인으로서의 자유를 침해하는 폭거라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런 심정을 본국의 영국인에게 알리고 권리를 되찾기 위해 북아메리카 식민지인이 선택한 저항 수단이 바로 영국산 제품 수입 금지, 그러니까 불매운동이었다. 동시에 식민지인은 이제까지 영국에서 수입해 쓰던 물건을 스스로 생산하는 제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독립 이후 미국인이 영국산 제품에 대한 종속에서 벗어나기까지는 거의 한 세기 이상 걸렸다.

비슷한 사례는 좀 더 가까운 과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인도의 스와데시 운동이 대표적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자기 것’과 ‘나라’를 뜻하는 두 단어를 합해 탄생한 스와데시 운동은 18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널리 알려진 국면은 영국의 벵골 분할 명령에 반대해 1905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영국 상품 불매운동이다. 이 운동은 영국 상품 불매운동을 벌여 제국 본국의 제조업자들, 특히 영국의 주력산업이던 맨체스터 면직물업계에 타격을 입히려는 전략과 영국 상품을 대체하는 인도산 공산품을 개발하려는 미래 전략이 결합된 것이었다. 비슷한 사례는 우리 역사에서도 1920년대 물산장려운동 같은 데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스와데시 운동이나 물산장려운동은 결실을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 제국 지배 아래에서 인도와 한국인이 제국 본국의 상품을 대체할 만한 상품을 만들어낼 역량을 축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불매운동도 결국 우리 제조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일과 짝을 이루어야 결실을 거둘 수 있을 터이다. 이때 주목할 만한 숫자는 지난 5년간 소재와 부품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감수해야 했던 대일 무역적자 90조원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특히 일본산 소재와 부품에 크게 의존해온 중소기업 처지에서는 당장 불매운동에 동참하기는 어려울 게다. 하지만 이번 불매운동을 불러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 수출 규제 같은 어이없는 조치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소재와 부품 공급선의 다변화, 더 나아가 국산화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와 학계도 이런 노력에 동참한다는 발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일은 장기간에 걸친 투자와 연구개발 노력을 요구한다. 그런 만큼 불매운동의 기운을 이어나가면서도 우리 내부에서 이번 기회에 부품과 소재 부문의 대일 종속을 완전히 끝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져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장기간의 투자와 연구개발 노력은 필수적이다. 불매운동의 다음 단계는 바로 이런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일과 이를 실천하는 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대륜 (디지스트 기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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