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이병철 KTB그룹 부회장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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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7 07:52  |  수정 2020-12-09 07:59  |  발행일 2019-09-07 제22면
“사업하려면 정말 독한 마음 가져야…기회 왔을땐 좌고우면 안 한다”
20190907
20여년 전 대한민국 금융가에 ‘부동산 신탁’이라는 낯선 바람을 처음으로 불어넣었던 이병철 부회장이 지난해 KTB투자증권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는 일반인의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인구 구조 변화, 세제 정책 등으로 개인의 부동산 투자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공모 리츠 등의 간접투자를 권했다.

이병철 KTB그룹 부회장은 현재 중견 금융그룹의 오너십을 갖고 있는 유일한 대구경북맨이다. 그는 오랜 경험과 내로라 하는 학식을 자랑하는 전문가들이 넘쳐나는 금융권에서 ‘장기(長技)’가 확실한, 자수성가한 젊은 총수로 통한다. 1968년생으로 만 51세, 문경 태생, 고려대 경영학과 중퇴. 20여 년 전 대한민국 금융가에 ‘부동산 신탁’이라는 낯선 바람을 처음으로 불어넣었던 그는 지난해 KTB투자증권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 부회장을 이렇게 만든 근본 힘은 ‘겸손과 소통’이다. 굳이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예이다. 직원들이 상을 당하면 전국 어디라도 직접 찾아가 조문한다. 최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대학생들의 스타트업 창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KTB 벤처챌린지’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 부회장을 서울 여의도에 있는 KTB그룹 빌딩에서 만났다.

KTB 경영 3년…계열사간 협업 강조
신입 問喪까지 챙기자 임원들 동참해
“좋은 회사 만들 수 있다” 분위기 형성
수익구조·주요상품 완전히 바꿔놓아

개인의 부동산 투자 갈수록 어려워져
작은 돈 들이는 공모리츠 등 권하고파

문경서 출생 중학교 마치고 서울생활
後代 고향 만들어주려 전통한옥 마련


▶KTB그룹 경영을 맡은 지 만 3년이 되었다. 부동산 신탁 회사를 운영하다가 중견 금융그룹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 지난 3년을 자평하면.

“현재 자본시장 상황은 대형 금융투자회사 위주다. 중견규모에서 잘 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특화해 갈 수밖에 없다. 2016년 KTB에 합류한 이후 △부동산, 실물자산 등 대체투자를 잘하는 회사 △해외에서 사업을 잘하는 회사 △디지털금융을 통해 혁신성장을 주도하는 회사 등 세가지를 주테마로 경영에 나섰다. 그 결과 현재 KTB는 3년 전과 비교하면 수익구조와 주요 상품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때문인지 KTB그룹은 최근 눈에 띄는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그룹 모회사 격인 KTB투자증권의 IB부문 수수료 수익이 매년 크게 증가해왔다. 또한 △KTB자산운용 △KTB네트워크 △KTB프라이빗에쿼티 △KTB증권태국(KTB ST) 등 계열사도 모두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가면 기존 조직은 대개 거부감을 보인다. 연착륙 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하면.

“KTB를 맡고 보니 여러 계열사가 서로 너무 단절되어 있었다. 일례로 계열사 임원간에 조문도 안가는 것을 알고 너무 놀랐다. 제가 경영을 맡고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신입사원 문상까지 다 챙긴다. 부산이든, 광주든 제가 직접 간다. 그렇게 하니 임원들도 동참했다. 그러면서 협업을 강조했다. 여기에 업계 우수 인력을 꾸준히 영입하면서 회사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마디로 지난 3년은 사업구조를 바꾸고 우리도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주력한 시기였다. 올해부터가 목표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원년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도널드 트럼프를 꿈꾸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향후 비전을 설명하면.

“고객 신뢰와 고객의 성공이 KTB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금융인의 기본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개척 정신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이를 위해 기업자금 조달을 위한 전통적인 IB는 물론 부동산, 항공기, 신재생 에너지 등 대체투자 부문을 확대하고 미국·중국·인도 등 해외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KTB그룹을 인수하기 전에 이 부회장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부동산 신탁회사를 창업해 성공시켰는데.

“부동산 관련 사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부동산을 유동화하는 기법이 발달했고 산업의 한 축으로 발전했는데 우리가 늦었다. 경쟁사보다 반박자 빨리 가려고 노력했다. 수많은 외국계 부동산투자회사들이 IMF 환란 직후에 국내에 진출하여 국내의 자산들을 헐값에 사들여 큰 돈을 벌었는데 그 때 그 회사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국내파 중에서도 대항마로 활동할 수 있는 회사를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국내 최초로 ‘리츠(REITs)회사’를 만들었고, 사실상 공기업으로 여겨졌던 부동산 신탁회사를 민간 최초로 만들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를 설립했고, 이들 회사를 하나금융그룹에 팔았다. 그리고 44세에 하나금융지주 부동산그룹장 및 ‘하나다올신탁 대표이사’를 맡았다. 덕분에 큰 금융그룹에서 정교한 리스크관리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부동산 전문가로서, 일반인이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 팁을 준다면.

“인구 구조 변화, 세제 정책 등으로 개인의 부동산 투자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부동산공모펀드 등 작은 금액을 투자해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공모 리츠 등에 간접투자 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남다른 길을 걸어왔다.

“부친이 문경에서 사업을 했다. IMF 환란때 집이 어려워졌다. 집을 일으키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었는데 사업가의 길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부동산에 대해 경험, 지식이 있었던 것이 전혀 아니다. 우연찮게 한국 파트너를 찾는 외국계 투자 기업과 조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는데, 기회가 왔을 때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조직관리의 정점에 있는 입장에서 신입사원 면접에 나선다면 어떤 점을 주로 볼 것인가.

“학점은 중간만 넘어서면 된다. 대신 첫째로 볼 것은 대학 다니며 나름대로 자기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또 목표한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다. 둘째는 인성을 볼 것이다. 특히 전통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를 중심에 두고 사람을 판단한다.”

▶아들에게도 사업가의 길을 권할 것인가.

“전혀 아니다. 나는 친구든 아는 사람이든 사업하겠다며 조언을 청하면 하지 말라고 한다. 정말 독한 맘 가져야 사업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아들들은 본인이 좋아하면서도 전문적인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

▶중학교를 마치고 상경했으니 고향에 대한 추억도 많을 것 같다.

“4형제 막내로 고향에 가장 오래 있었다. 문경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상경했으니, 일찍 서울로 유학간 형제보다 부모님과 가장 긴 시간을 보냈다. 어린시절 사냥을 좋아하던 아버지를 따라 다녔던 추억, 아버지가 모는 오토바이를 탄 기억 등이 매우 강렬하게 남아 있다. 내 아들에게도 그런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가끔 낚시를 같이 가곤 한다.”

▶수년 전에 고향 문경에 근사한 전통한옥을 지었다고 들었다.

“택호가 몽천재(蒙泉齋)이다. 부모님이 사시던 한옥이 너무 오래됐고 흙벽이 무너지면 시멘트를 바르는 등으로 수리해 왔는데 이게 정체불명의 집이 됐다. 그 참에 전통 한옥건축 방식대로 집을 지었다. 서울에서 태어난 내 자식과 조카들에게 고향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집이 있으니 형제들이 번갈아 가며 자주 내려간다. 효도하려 집을 지었는데 부모님이 요즘 풀 뽑느라 고생하신다. 불효가 됐다.(웃음)”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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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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