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정 원장의 건강칼럼] 자궁경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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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4 07:42  |  수정 2019-09-24 07:42  |  발행일 2019-09-24 제19면
세계적으로 여성암 중 발병률 2위
초기 他질환 오인 완치기회 잃기도
HPV 백신 접종·세포진 검사 중요
[구수정 원장의 건강칼럼] 자궁경부암
<구수정산부인과·산부인과 전문의>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유명한 광고 카피가 있다.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러 곳에서 인용이 된 덕에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봤을 듯하다. 하지만 묻고 싶다. “진심으로 행복한가요. 여자라서?”

한 사람으로, 특별히 여성으로서의 행복감을 채우기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필요하겠지만,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건강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부인과를 찾는 여러 이유 중에서 정기적인 검진, 계획적인 임신과 출산은 최우선에 있어야 한다.

만 36세 여성 A씨는 평소 불규칙한 생리주기로 특별한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 진단을 받았다. 첫 출산을 하기에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단순 생리불순으로 여기던 상황에서 ‘임신’이라는 진단은 기쁨보다는 당혹감으로 다가왔다. 사전 계획된 임신이 아닌 탓에 직장과의 일 조율로 마냥 즐거울 수도 없었다. 임신 전 약물복용에 대한 정보도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검사도 하지 않아 불안한 상태로 임신 초기 검사를 받았다. 생전 처음 받은 자궁경부암 세포진 검사에서 저등급 상피세포이상과 인유두종 바이러스 18번 양성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과의 상담 등을 진행했지만, 임신 기간 내내 불안한 마음을 접을 수가 없는 점도 임신에 마냥 행복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자궁은 체부와 경부로 구성되고, 질에 연결된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자궁경부암이라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암 중 둘째로 흔한 암이다. 아시아, 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 80% 정도 발생률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별검사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으로 해마다 발병률이 감소하고 있지만 발생률은 10만명당 14.1명 정도, 사망률은 10만명당 3.8명 수준이다. 발생률은 미국의 3배, 일본의 2.5배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중앙암등록본부·2018년).

자궁경부암은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완치도 가능한 병이지만, 병이 진행될 경우 파급 정도에 따라 완치율이 크게 감소한다. 초기 자궁경부암의 증상은 질 출혈, 혈성 분비물 등의 타 질환과 구별이 힘든 증상 또는 무증상인 경우도 있어, 성접촉 경험이 있는 모든 여성은 1년 간격으로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암 검진 대상 연령이 낮아져 만 20세 이상부터는 자궁경부암 세포진 검사를 실시하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다. 국가예방접종사업에 2016년부터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을 시행, 성장발달과 초경에 대한 의사와의 1대 1 상담을 통해 사춘기 여성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 만 12세 여아들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증 무료접종사업이 시행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보호자와 학생들의 백신에 대한 편견과 인식의 전환이 진료 현장에서는 많이 부족하다.

가임기 여성은 출산이 끝난 후부터는 정기적인 암검진을 반드시 받아 자궁경부 이상에 대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시기적으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 42세 여성이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똥배가 자꾸 나오고 아랫배가 너무 단단하다며 내원해 실시한 초음파검사상 12㎝가 넘는 자궁근종을 진단 받고 대학병원으로 전원한 경우 등 조금 더 일찍 병원에 내원해 간단한 검사만 했다면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치료할 수 있는데,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심심찮게 일어난다.

누구나 병원을 편하게 가기 힘들고, 특히 산부인과는 여성들이 제일 가기 싫은 병원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러나 병이 아닌데도 올바른 지식이 없어 혼자 속앓이를 하면서 잘못된 방법으로 오히려 병을 만들거나, 조기 진단 이후 가벼운 치료로 완치를 할 수 있는 질환을 방치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여성과 그 가족들에게는 산부인과 문턱이 닳아 없어져야 함을 감히 제안해본다.
<구수정산부인과·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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