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질 피해 학원장, ‘체임’법정투쟁서 무죄 최종확정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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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5 07:16  |  수정 2019-09-25 07:16  |  발행일 2019-09-25 제6면
일방퇴직 알바에 느닷없이 고발돼
1심 무죄에도 악성민원인 취급
임금 허위명시 근로감독관 고소
유사피해 없도록 선례 남길 생각
을질 피해 학원장, ‘체임’법정투쟁서 무죄 최종확정
대구 서구 비산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김윤오 원장. 그는 임금체불과 관련해 2년여간 이어진 근로감독관과의 재판에서 승소했다.

“공권력이 약자의 편에 서는 게 옳습니다. 하지만 피고용인뿐만 아니라, 고용주인 영세업자도 약자가 될 수 있습니다. 피고용인 편만 들어주는 탓에, 제가 억울함을 호소해도 돌아오는 건 차가운 말뿐이었습니다."

대구 서구 비산동에서 작은 학원을 운영하는 김윤오 원장(57)은 최근 근로감독관 A씨와의 재판에서 승소했다. 아르바이트생의 ‘을질’(계약상 을에 위치한 사람이 갑에게 횡포를 부리는 행위)에 피해를 입었고 근로감독관과 검찰까지 그에게 죄를 물었지만, 결국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월 11월 김 원장은 취업 준비생이던 20대 B씨를 강사로 고용했다. 하지만 한달 뒤 B씨는 일방적으로 퇴직 의사를 밝히고 김씨와 연락을 끊었다. 그런데 다음해 1월 김 원장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B씨의 임금을 제때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원장은 담당 감독관인 A씨와의 대면 조사에서 “연락이 닿지 않아 협의를 못했을 뿐이다. 임금을 지불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내용을 담은 추가 진술서를 작성해 e메일로 제출했다. 이어 같은 달말 김씨는 B씨의 계좌로 임금을 송금했다.

그러나 A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김씨를 고발, 사건을 검찰로 넘겼고, 검찰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다행히 올해 초 김씨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고, 2심을 거쳐 지난 6일 최종적으로 무죄 확정을 받았다.

재판에서 이겼지만 그는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노동청과 검찰에 수차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귀담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김씨는 노동청 감사실에 재조사를 요청했다. 답변 기일을 차일피일 미루자 김씨는 대전까지 찾아갔지만 헛수고였다. 감사실 관계자는 “해당 사건의 경우 조사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1심 판결 이후에는 대구지검 담당 검사 등과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원을 접수한 수사관은 검사와 전화 연결조차 시켜주지 않았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등 김씨를 ‘악성민원인’ 취급했다고 김 원장은 주장했다.

김 원장은 “결국 법원은 기소가 잘못됐다며 제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재판 전까지 저의 주장은 다 묵살하고 끝끝내 법정에 서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원장은 또 다른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수사결과보고서에 명시된 ‘임금지불 의사를 밝히지 않음’이 허위사실이라는 이유로 근로감독관 A씨를 고소한 것이다. 검찰은 ‘고의성이 없었다’며 불기소 의견을 냈고 이에 김씨는 항고한 상태다. 김 원장은 “한 개인의 일이라 생각했다면 이미 멈췄을 것이다. 더 이상 비슷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례를 꼭 남겨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수사기관이 권위적이고 고압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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