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부디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길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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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2   |  발행일 2019-10-02 제30면   |  수정 2019-10-02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추진
특정지역 이익 사업 아니라
균형발전 백년대계 주춧돌
해당 지역 4개 단체장 협의
대의위해 모두 역량 결집을
[동대구로에서] 부디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길
임호 경북본사 1부장

지난달 21일 오전 이철우 경북도지사 집무실에서는 여러 차례 고성과 웃음소리가 교차되는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방문을 걸어 잠그고,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주수 의성군수, 김영만 군위군수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지 주민투표방식에 대한 끝장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2시간 뒤인 낮 12시20분쯤 권 시장이 집무실을 나왔다. “어떻게 됐나”는 필자의 질문에 권 시장은 “지켜보자. 아직 뭐라 말하기 이르다”고 한 뒤 대구에서 예정된 행사장으로 떠났다. 그리고 1시간 뒤 3명의 단체장이 환하게 웃으며 나왔다. 서로 “형님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며 다시 한번 환하게 웃었다. 기념사진도 찍었다.

의성·군위 두 단체장이 자리를 떠난 후 이 도지사는 필자에게 “통합신공항을 지금 유치하지 못하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말했고, 참석자 모두 공감했다”며 “의성군수와 군위군수 모두 자신 지역이 유리한 주민투표방식을 고수하려 해 어려웠지만 다행히주민투표변경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경북도도 지난달 24일 주민투표 방식 변경안을 국방부에 보냈고, 법적 문제가 없다고 회신이 오면 투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군위군 통합신공항추진위원회가, 26일에는 군위군 의회가 주민투표방식 변경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4개 단체장의 합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기존 주민투표 방식에는 의성군이 반대를, 새로운 주민투표방식에는 군위군이 반대를 하는 복잡한 형국이다. 사실상 의성과 군위 모두 자신들의 지역에 공항 유치를 못하면 이전도 필요없다는 식의 극단적 몽니를 부리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통합신공항은 무산되고, 가덕도신공항 추진에만 힘을 보태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된다.

더 큰 문제는 대구·경북·의성·군위·국방부의 완전한 의견일치가 없으면 통합신공항이 언제든지 중단되거나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인 청와대와 여당이 통합신공항에 무관심한 반면, 부산·울산·경남이 추진하는 가덕도신공항 추진은 대놓고 편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속에 국방부가 알아서 통합신공항을 추진할 일은 만무하다. 국방부는 의성과 군위, 대구 어디든 공항 이전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 이를 핑계로 통합신공항 추진을 포기할 태세다.

대구공항 이전의 필요성은 항공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2018년말 기준 국내 15개 공항의 전체 항공편중 대구공항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여객수는 2.7%, 항공화물은 0.7%,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해공항과 비교해도 비참하다. 운항편수와 여객수는 4분의 1 수준이고, 화물은 5분의 1에 불과하다. 대구경북시도민 입장에서는 중국, 일본 등 동남아시아를 이용할 수 있는 집 가까운 동네 공항인 셈이다.

현재의 대구공항을 확장할 방법도 없다. 대구공항 전체 면적(6.7㎢) 중 민간공항 면적은 0.17㎢로 전체의 2.54%에 불과하다. 나머지 97.46%는 군공항이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특정지역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구경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국토균형발전이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내다보는 사업이다. 이철우 도지사의 말처럼 통합신공항을 이번 기회에 유치하지 못 한다면 4개 단체장들은 ‘역사의 죄인’으로 평생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 부디 대의를 위해 모두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임호 경북본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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