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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희 변호사의 청년과 커피 한잔] ‘스펙’에 집착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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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부기자
  • 20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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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군대를 전역한 후 곧바로 고시준비를 했다. 그래서 소위 ‘스펙’과는 조금 거리가 먼 대학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로스쿨을 가기로 마음을 먹은 다음에는 갑자기 스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각종 봉사활동 및 인턴활동 등을 신청하고, 자격증 취득에 몰두했다.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적고 싶은 갈망이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로스쿨에 입학을 하고 변호사까지 되었는데, 과연 그 때 로스쿨을 가기 위한 스펙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있어서 어떠한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 적이 있었다.

구직활동 위한 학력·학점·토익 점수
각종시험·자격증 취득·봉사 활동 투자
자본주의 시장경제 ‘경쟁’ 우위 확보
기업이 요구하는 구직자에 대한 정보
경쟁력 판단 잣대 다양한 ‘스펙’이력
일정한 자격 못갖출 경우 도태·낙오
사회 부작용 야기…‘脫스펙’논의도


문재인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조국 전 교수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고 임명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정치적인 이슈가 발생하였다. 특히 자녀들의 논문과 대학 및 대학원 진학 등에 있어서 기재되었던 각종 스펙들이 문제가 되었는데, 이는 결국 법적 분쟁까지도 야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스펙을 만드는 경위의 정당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심지어 ‘스펙 품앗이’라는 단어까지 언론기사를 통하여 접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사회에서 스펙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청년 중 일부 20대 내지 30대의 학생 및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조국 장관의 임명에 관하여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바로 조국 장관의 임명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밝힌 정부의 기조 방향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과는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스펙이란 무엇이길래 왜 우리 청년들은 스펙이란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그리고 우리사회는 왜 스펙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먼저 스펙이란 ‘Specification’의 준말이며, 국립국어원의 누리집에서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학력, 학점, 토익 점수 따위를 이르는 말’이라고 정하고 있으며, ‘규범표기는 미확정’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당초 이 단어는 개인의 업적을 나타내거나 서류상의 기록을 의미했고, 제품에 대한 특징이나 사양 등에 관한 단어로 통칭이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단어는 청년들에게 있어서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혹은 다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 예를 들어 학점 및 시험점수, 논문 및 자격증, 수상내역 및 활동내역 등을 전부 통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청년들은 대학을 다니면서 학점을 높이기 위해 수업과 시험기간에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며, 각종 시험 및 자격증 취득에 있어서 학교 수업과 별도로 비용을 투자한다. 또한 각종 공모전 및 봉사활동에도 모자란 시간을 쪼개서 투자하며, 회사의 인턴생활을 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여러 회사의 취업 문을 두드려 본다. 그렇게 해서 한줄 한줄의 스펙을 만들고 자신의 스펙을 완성하기 위하여 자신의 청춘을 바치는 것이 현재 우리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운명 아닌 운명과도 같아 보인다.

그러면 우리 청년들이 왜 스펙이란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보다 스펙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일까. 우리 사회는 스펙이란 단어에 집착을 하면서, 한편으로 스펙이란 단어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관해 필자의 짧은 지식으로 단상하고자 한다.

현대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경제가 운영되고 있고, 이러한 경제체제 하에서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경쟁’이다. 경쟁을 통하여 투자 대비 수익에 대한 극대화를 추구하고 이를 통하여 수익을 보다 많이 창출하는 소리 없는 총성 전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세상의 모든 정보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고 공평하게 개방이 되고 알려져 있으면 이를 통하여 사회에 따른 모든 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시대 속에서 세상의 모든 사람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공평하게 이용하거나 알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이러한 사회 현상은 당연히 사업주와 구직자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필요한 인재를 고용하고 싶지만 자신의 기준을 충족하는 구직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구직자 입장에서는 자신을 고용해 줄, 혹은 취직하고자 하는 회사가 자신의 기준에 맞는 곳인지 양 당사자 모두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구직시장의 문이 혼재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보니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회사에서는 구직자에 대한 각종 정보를 요구할 수밖에 없고, 구직자는 그러한 회사의 요구에 ‘스펙’이란 이력으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결국 경쟁과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상황에서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구직자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고, 구직자에 대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은 결국 스펙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능력과 기준은 동등하지 않는 법이다. 그렇다보니 사회나 기업 등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사회에서 스펙에 따른 낙오자가 발생하고 도태하는 사람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에 대한 대우 역시 필요하다. 사람이 만들어 가고 있는 사회는 당연히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탈(脫)스펙에 대한 논의도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는 사실상 모든 정보를 취득하기가 어렵고, 이에 따라 스펙이란 단어가 부상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스펙만을 요구하는 사회는 반드시 또다른 부작용을 야기하기 때문에, 스펙과 탈스펙의 중간 지점에 대한 사회의 공감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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