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실의 쏙쏙 클래식] 비바 베토벤 -Viva Beethoven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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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4   |  발행일 2019-10-04 제40면   |  수정 2020-09-08
‘바바바 밤∼’ 운명교향곡 1악장 4개음, 운명을 피하지 말고 극복하라고 말하는 듯
[권은실의 쏙쏙 클래식] 비바 베토벤 -Viva Beethoven
산책하고 있는 베토벤의 모습.

필자가 클래식 작곡가가 되겠다고 꿈을 키울 때 가장 영향을 준 작곡가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악성 ‘베토벤’이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작곡가들의 음악을 좋아하고 영향을 받았지만, 꼭 꼬집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작곡가를 묻는다면 주저 없이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이라고 말한다. 나뿐 아니라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운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의 앞 소절 정도는 칠 수 있고,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며, 일반인에게는 클래식음악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으로 많은 단체에서 연주회를 기획하고 있다. 올해로 38회가 되는 대구음악협회 주최 대구음악제는 한 해 미리 서둘러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제를 기획했다. 큰 타이틀 ‘I Love Beethoven(프리뷰 베토벤)’으로 9월18일 개막공연을 필두로 10일간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피아노가 들려주는’ ‘가곡이 들려주는’ ‘현악기가 들려주는’ ‘관악기가 들려주는’ 베토벤 이야기로, 전체 프로그램이 베토벤의 작품과 베토벤 음악의 주제에 의한 창작곡들로 구성됐다. 이번 개막공연에 경북도립교향악단(백진현 지휘)과 피아니스트 이영우(영남대 피아노과 교수)의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황제’(Piano Concerto No.5 Eb Major Op.73 ‘Emperor’)’와 교향곡 제5번 ‘운명’(Symphony No.5 C minor Op.67 ‘Fate’)이 연주됐다. 연주를 듣는 내내 그가 살았던 시대의 상황, 그의 생애,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그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울컥했다. 베토벤, 그의 음악이 준 감동은 신이 주신 선물 중에 음악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다시 한 번 감사하게 했다. 베토벤에 대해서는 이 칼럼이 끝날 무렵에 주제로 다루려고 하였으나 음악회에서 받은 큰 감동이 펜을 들게 했다. 간단하게 그의 생애와 ‘운명 교향곡’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권은실의 쏙쏙 클래식] 비바 베토벤 -Viva Beethoven

베토벤의 생애나 그의 음악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나 책으로 많이 소개되어 있다. 그의 어린 시절은 아들을 천재 음악가로 키워 돈을 벌어보려고 했던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엄한 교육과 압박으로 인해 힘들었지만, 다행히 그가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잘 견딜 수 있었다. 12세에 궁정 오르가니스트에게 음악을 배우고, 14세에 궁정극장의 하프시코드 연주자가 되었다. 17세에 첫 오스트리아 비엔나 여행에서 모차르트를 만난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독일 본에서 유명한 작곡가가 모차르트를 만나고 싶다는 말에 모차르트는 만남을 허락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베토벤은 모차르트 앞에서 그의 특기인 즉흥연주를 선보이고, 모차르트는 그의 뛰어난 음악성과 연주 실력에 크게 놀라서 옆방의 친구들에게 뛰어가서 “저 젊은이를 잘 지켜보게나. 나보다 더 유명하게 될 것이야”라고 외쳤다고 한다. 1792년 그의 나이 22세에 60세 거장인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에게 작곡을 공부하기 위해 비엔나로 이사를 한다.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우진 못했지만 음악적 영향과 교훈을 얻었다고 베토벤이 말했다고 한다. 비엔나 초기생활은 작곡가로, 또한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인기를 많이 얻었고, 예술 후원가들에게 지원도 많이 받았다. 1802년에 그는 그의 삶을 비극으로 몰고 간 사건을 맞이하는데 바로 청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청력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그는 고통과 절망을 음악으로 승화시켰고, 그의 말년에 완전히 들리지 않는 순간부터 죽음의 직전까지도 작곡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가 베토벤의 음악을 들을 때 단순하지 않으며, 무엇인가 어려운 역경을 이겨낸 듯한 영웅적인 느낌을 받는 이유를 그의 생애를 통해 알 수 있다. 그의 제자인 안톤 쉰들러(Anton Schindler)가 쓴 베토벤의 전기에 “베토벤이 어느날 그의 제5번 교향곡 1악장을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라고 했다”라는 대목에서 ‘운명 교향곡’이라는 이름이 탄생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후대에 음악사학자들이 밝힌 바로는 쉰들러는 베토벤의 삶을 너무 낭만적으로 비화시켰다는 의견이 많아 위의 기록은 그가 꾸며 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한다. 재밌는 사실은 이런 별명은 동양권에서만 사용되어지고 있고, 서양에서는 ‘운명 교향곡’이라고 칭하지 않고 ‘제5번 C단조 교향곡’이라고 불린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바바바 밤~”으로 시작하는 1악장의 주제인 4개의 음은 마치 운명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같이 느껴져서 ‘운명’이라는 별명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작품은 1806년에 시작해 1808년에 완성한 그의 교향곡 중 다섯 번째 곡이다. 1808년 12월22일에 비엔나에서 베토벤의 지휘에 의해 초연되었다. 전체 4악장 구성으로 1악장에서 운명의 고뇌로 시작하여 2악장에서 4악장까지는 암흑과 같은 운명의 역경을 이겨낸 승리의 환희를 표현했다. 독일 음악사학자 Paul Bekker는 각 악장마다 ‘몸부림(Struggle)’ ‘희망(Hope)’ ‘의심(Doubt)’ ‘승리(Victory)’라는 별칭을 달았다고 했다. ‘운명 교향곡’은 관현악 역사에도 중요한 음악이다. 금관악기에서 저음을 담당하는 트롬본이 최초로 ‘운명 교향곡’에서 사용되었다. 그 이후 낭만주의 교향곡에서는 일반적인 악기편성으로 트롬본이 들어가게 되었다. 눈을 감고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들어보자. 베토벤이 운명의 문을 열고 걸어 나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암흑에서 광명으로, 승리의 환희를 맞으며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운명을 피하지 말고 극복하라”고. 작곡가·대구음협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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