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電影雜感 2.0] 한국영화 100년을 빛낸 영화감독 - ⑤ 류승완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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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4   |  발행일 2019-10-04 제43면   |  수정 2020-09-08
성룡에 빠진 액션 키드, 젊은 혈기 ‘액션 마스터’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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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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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 리’(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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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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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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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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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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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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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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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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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배우 성룡이 주연한 ‘취권’을 보고 태권도장을 다니기 시작하며 액션 영화에 빠져들어 중학교 때부터 8㎜ 영화를 찍었다. 이후 여러 시네마테크를 전전하면서 영화를 섭렵해 온 영화광 출신이다. 1996년에 첫 단편영화 ‘변질헤드’를 만들었으며 독립영화협의회 워크숍 3기 출신이기도 하다. 1993년 박찬욱 감독을 만나 ‘삼인조’ 연출부를 지내며 악기점 점원으로 짧게 출연한다. 액션 영화에 심취한 액션 키드를 자처하던 그는 1998년부터 제작해 온 4개의 단편들을 묶어 장편영화로 공식 데뷔한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는 류승완 감독의 첫 번째 장편 데뷔작이자 일종의 옴니버스 영화다. 1997년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를 촬영하고 남은 자투리 필름으로 류승완은 380만원의 예산으로 ‘패싸움’이란 단편영화를 만들어 부산단편영화제에서 우수작품상을 수상한다. 1998년에 또 다른 단편영화 ‘현대인’을 완성해 한국독립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최우수작품상을 연이어 수상하고, 2000년 ‘패싸움’을 1부에, ‘현대인’을 3부에 배치하고 ‘악몽’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에피소드를 각각 2부와 4부로 추가해 첫 장편영화를 세상에 내놓는다. 28세의 나이에 발표한 이 작품은 엄청난 호평을 이끌어 낸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총 제작비는 6천500만원에 불과했는데 당시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전국 관객 8만명을 동원하며 류승완은 단숨에 젊은 영화인의 표상으로 떠오른다. 친동생이었던 류승범이 이 영화로 배우로서의 이력을 시작했다. 오는 10일 20주년 기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단편 4개作 묶어 장편으로 데뷔
‘젊은 영화인 표상’으로 떠올라
인터넷 상영 ‘다찌마와 리’호평
첫 상업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액션보다 내면집중‘주먹이운다’

직접 주연맡아 생짜 무술 ‘짝패’
韓 액션 새 이정표 평가 ‘베를린’
천만 감독 타이틀 안긴 ‘베테랑’
진중한 시대극 첫 연출 ‘군함도’



‘다찌마와 리’(2000)는 장편 데뷔작으로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을 거둔 류승완이 인터넷 상영을 목적으로 연출한 35분짜리 단편영화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한국영화계에 성행했던 다찌마리(액션)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로, 100% 후시녹음과 문어체 대사, 의도된 엉성한 액션으로 개봉 당시 액션영화 관객들과 네티즌의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피도 눈물도 없이’(2002)는 독립영화가 아닌 상업영화 시스템에서 만든 류승완의 첫 번째 영화다. 배우 이혜영, 전도연, 정재영과 함께 작업했다. 당시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여성이 주연을 맡은 범죄영화로, 쿠엔틴 타란티노나 가이 리치의 영화들을 연상케 하는 플롯과 스타일을 보여주며 감각적인 카메라 워킹과 편집이 눈에 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은 동생 류승범이 단독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화려한 액션과 잘 짜여진 코미디가 어우러진 웰메이드 오락 영화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다소 유치하게 보이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한국 액션영화로는 드물게 정두홍 무술감독이 선보이는 격렬한 격투 액션신이 놀랄 만하다.

‘주먹이 운다’(2005)는 류승완의 영화에서 처음으로 발차기가 없는 영화다. 액션 위주의 영화적 테크닉에 심취했던 이전 작과 달리 인물의 내면과 감정에 집중한다. 그 덕분에 주연을 맡은 배우 최민식과 류승범은 자연스러운 상황에 따른 리얼한 감정을 표현한다. 전혀 다른 삶을 산 40대 전직 복서와 20대 신인 복서의 대비를 교차 편집해 마치 두 편의 영화를 동시에 보듯이 연출한 점도 전작들을 생각한다면 분명 이채롭다.

‘짝패’(2006)는 류승완의 액션영화에 대한 애정이 극대화된 작품으로 감독 자신이 무술감독 정두홍과 주연을 맡아 와이어 없이 벌이는 생짜 액션을 펼친다. 정두홍 감독의 지휘 아래 그의 액션 스쿨 동료들이 모두 등장해 펼치는 고난도의 액션활극을 보노라면 분명 류승완만의 인장이라 여길 만하다.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는 2000년에 선보인 바 있는 ‘다찌마와 리’와 같은 제목이나 리부트라고 할 만큼 다른 작품이다. 2000년 공개 당시 129만명의 조회수를 기록한 바 있는 전작이 서울 시내를 주름 잡는 강호 제일의 협객이었다면, 2008년 작은 전 세계를 넘나들며 발군의 활약을 펼치는 쾌남 스파이다. 류승완의 세련된 액션과 배우 임원희의 진지할수록 웃기는 캐릭터 코미디의 조합이 즐겁다.

‘부당거래’(2010)는 액션 장르에 특화되었던 류승완 영화의 진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거기엔 ‘신세계’와 ‘마녀’를 만든 박훈정 감독의 각본도 한몫했다. 범죄와 권력이 뒤엉키고 부당한 거래가 난무하는 세계를 보여주며 훗날 ‘베테랑’의 등장을 예고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베를린’(2013)은 액션 연출에 특화한 류승완이 치밀한 스토리텔링과 압도적인 스케일로 해외 로케이션까지 감행한 작품이다. 국제 도시 베를린을 배경으로 배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과 작업해 “한국 액션영화의 새로운 이정표”(이동진)를 세웠다. ‘본’ 시리즈의 영향이 느껴지는 스파이물에 분단국가의 현실을 잘 녹였다.

‘베테랑’(2015)은 류승완에게 ‘천만 영화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작품이다. 윤리와 도덕을 상실한 특권층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배우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같은 주·조연의 열연이 만들어낸 매력적인 선악의 캐릭터, 깊이 각인되는 명대사들을 통해 통쾌하게 날리며 웰메이드 오락영화의 탄생을 알렸다.

‘군함도’(2017)는 류승완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시대극이다. 다루고 있는 소재 탓으로 전작들에 비해 웃음기를 덜어내고 진중하고 어두운 영화가 되었지만 리듬감과 속도감은 변함이 없다. 흠 잡을 데 없는 촬영과 미술, 액션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과잉은 분명 아쉽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아쉬운 대목.

근작의 논란에도 류승완은 여전히 다음 작품이 궁금한 감독임은 변함이 없다. 그가 아내와 함께 세운 영화사 ‘외유내강’(최근 이상근 감독의 ‘엑시트’를 제작한 곳이 여기다)에서 만드는 작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류승완은 젊고 그가 만드는 작품들은 진화하고 있다. ‘액션 키드’에서 ‘액션 마스터’로 성장하는 그를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흥분된다.

독립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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