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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에 바치는 진혼곡, 고독을 통해 관조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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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진실기자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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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대표시인 신간 출간

이동순 ‘강제이주열차’

‘짓밟힌 고려’‘우리는 짐승이었다’‘디아스포라’등
스탈린이 자행한 고려인 강제이주사 연작으로 담아


지역 출신의 대표 시인 2인이 신간을 펴냈다. 문학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동순 시인이 신작 시집 ‘강제이주열차’(창비)를 출간했으며 구석본 시인도 다섯번째 시집 ‘고독과 오독에 대한 에필로그’(문학의전당)로 독자를 찾았다.

“가족들과 눈물로 작별하고, 나이부치 탄광에 한숨 세월 보냈네/ 죽기보다 더 힘들던 사할린 탄광, 나라 잃은 서러움에 목 놓아 버렸네/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사할린, 한숨과 눈보라 속에 다 늙어버렸네/ 머나먼 사할린 땅 징용 끌려왔다가, 또다시 중앙아시아 이주열차 탔다네”(이동순 시 ‘사할린 아리랑’ 중에서)

‘강제이주열차’는 이동순 시인의 18번째 시집으로 구소련 시절 스탈린 정권이 자행한 고려인 강제 이주사를 다룬 연작시 성격을 띤다. 강제이주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영혼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진혼곡이다.

시집은 총 3부로 나뉘며, 제1부 ‘강제이주열차’에서는 강제이주사를 집중적으로 천착한 시들이 담겼다. 고려인들의 수난의 역사와 숱한 사연이 시로 표현됐다. ‘고려인 무덤’ ‘짓밟힌 고려’ ‘이주 통보’ ‘우리는 짐승이었다’ ‘디아스포라’ 등 그 시절의 먹먹한 역사를 짐작게 하는 시들이 연작으로 실렸다.

제2부 ‘슬픔 틈새’는 사할린 한인들의 삶을, 제3부 ‘두개의 별’은 지난해 카자흐스탄 방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실려 있다.

이동순 시인은 김천에서 태어나 경북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됐다. 시집으로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마음의 사막’ 등이 있으며, 평론집으로는 ‘민족시의 정신사’ ‘시정신을 찾아서’ 등이 있다.

구석본 ‘고독과 오독에 대한 에필로그’

‘가을의 의성어’‘새, 이름에는 날개가 없다’ 등
고독하게, 때로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구석본 시인의 ‘고독과 오독에 대한 에필로그’에는 ‘새, 이름에는 날개가 없다’ ‘고흐의 달’ ‘가을의 의성어’ ‘자화상’ ‘바람의 뿌리’ ‘비오는 날의 산책’ 등 때로는 고독하게, 때로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관조하는 60편 가까운 시가 담겼다.

시인의 시들은 가을이라는 계절과 잘 어울린다. “누군가 그어놓은 점선에 갇혀/ 쇳물처럼 안으로만 안으로만 끓어오르던 그리움이/ 한 생이 다하여 저무는 순간, 점선 바깥으로 왈칵 쏟아져/ 구천(九天)으로 흘러가고 있다” ‘노을’이라는 시에 나온 이 구절처럼 말이다. 가을은 고독과 마주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박동억 문학평론가는 “대부분의 인간이 외로움을 회피할 때, 구석본 시인은 고독을 완수할 때 드러나는 존재의 신비에 대해 말한다. 고독을 통해 존재를 관조하는 방식을 제안한다”며 “그의 시에 반복되는 근원적 이미지는 마네킹, 허공과 사막, 뿌리와 등산로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그 모든 이미지의 끝에 이르는 것은 자기 응시이다. 따라서 그의 모든 시어는 ‘뒤돌아봄’”이라고 평했다.

구석본 시인은 칠곡에서 태어나 1975년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지상의 그리운 섬’ ‘노을 앞에 서면 땅끝이 보인다’ ‘쓸쓸함에 관해서’ ‘추억론’, 산문집 ‘시를 생각하는 마음’ 등을 펴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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