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희 변호사의 청년과 커피 한잔] 악성 댓글

  • 임성수
  • |
  • 입력 2019-11-01   |  발행일 2019-11-01 제38면   |  수정 2020-09-08
얼굴없는 살인자에 떠나간 별 최진실과 최진리

20191101
20191101

2008년 10월. 갑작스러운 비보가 언론기사를 통해 들려왔다. 만인의 연인이자 국민배우였던 최진실이 스스로 세상을 비추는 별이 되기 위해 하늘나라로 돌아갔다는 소식이였다. 고인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유서 등이 발견되지 않아 정확한 사유를 확인하기 어려우나,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심리적 큰 고통으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타의 되풀이 되는 갑작스러운 비보
허위사실·루머 무차별 사이버 공격
소중한 생명 죽음으로 몰고가는 테러
악플 차단 최진실법·설리법 공감대

SNS·댓글 파급 영향력 큰 젊은 세대
악플 생산자가 오히려 피해자 될수도

법률 통한 제재도 실효성 크지 않아
건전한 사회 위해 자가성찰이 필요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19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오전에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고 오후에는 장관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3개월여 만의 일이었다. 그 사이 모든 정쟁의 중심은 항상 조국 전 장관이었고, 그로 인해 국민 사이에서도 분열의 조짐이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그가 갑작스럽게 사퇴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니 심적으로 뒤숭생숭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 갑작스러운 비보가 찾아왔다. 최진리, 바로 F(x)의 맴버로 활동을 하였던 설리의 자살 소식이었다. 필자 역시 SNS를 통해 설리의 사망소식을 접하였고, 머릿 속에서 ‘왜?’라는 단어가 맴돌았고, 가슴속에서는 ‘우울’이란 글자가 마음을 지배하였다.

최진실과 최진리. 11년 사이에 두 고인의 연결고리에는 ‘악성 댓글’, 즉 ‘악플’이 있다. 최진실은 지인인 안재환의 자살에 깊은 관여를 하였다는 허위 사실이 나오고 이로 인한 악플 공격을 받았으며, 최진리는 연예활동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악플과의 전쟁을 치렀다. 그런데 두 고인의 또 다른 공통점 중 하나는 ‘밝은 면’이다. 그렇게 ‘밝은 면’을 가지고 있던 연예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것에 대해 대중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에 따라 그들의 행동에 대한 사회적 파급력은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계에서는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이유 중 하나가 ‘악플’이라고 보고, 곧바로 ‘최진실 법’ 혹은 ‘설리 법’ 등을 제안 혹은 발의하여 악플 차단을 위한 사회적 여론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였다.

악플이란 단어는 ‘나쁘게 평가함. 또는 그러한 평판이나 평가’를 의미하는 악성(惡聲)과 ‘대답하다, 대응하다’는 ‘Reply’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단어이며, 영어로는 비슷한 의미로 ‘Internet troll’이란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위 단어는 모두 ‘인터넷’이란 사이버 공간의 발달로 등장했으며, 사이버 공간의 특징 중 하나인 ‘자유’라는 명제 하에서 많은 생각과 의견, 그리고 정보 등이 교류를 하는 과정에서 부각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사이버공간에 대한 손쉬운 접근과 영향력 등으로 인하여 악플에 대한 생산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 역시 변호사 업무를 보면서 청년들과 법률상담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악플과 관련된 것이 종종 있다. 본인이 작성한 글이 문제가 있는 것인지, 혹은 그 반대로 악플로 인하여 상처를 입은 청년들이 취할 수 있는 법리적 접근 방법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악플의 존재로 인해 사람의 생명까지도 위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악플에 대한 대응책이 화두가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악플에 대한 대응책은 법률을 통한 제재다. 그 법률의 주 골자는 ‘익명성의 제거’로 이야기 되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이다. 법률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8월23일자로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판결을 받았기에, 사실상 동일한 입법을 한다는 것은 현재 헌법재판소의 존재에 관해서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다른 관점에서 우리나라 법은 우리나라 내부에서 규율이 가능한데, 해외에 본사 및 서버를 두고 있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제재는 불가능하기에 역차별이 존재하고 나아가 악플러(악플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는 그 곳에서 다시금 악플을 할 가능성이 큼으로, 제재에 따른 실효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악플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 여기서 필자의 단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자는 사이버 세계가 존재하는 이상 악플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에 사회각계의 전문가들 역시 악플에 대한 원인과 해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바, 이는 악플 해결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악플이 소멸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자각하고, 악플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점에서 단순히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사전에 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법률을 통한 규제’보다는 악플러 개개인의 자가성찰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악플행위가 비록 나에게는 단순한 글장난 혹은 글쓰기일지 몰라도, 그 행위는 형사상 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며,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이 될 수 있다.

갈등이 없고 비판이 없는 사회는 성장할 수 없다. 그리고 갈등과 비판에는 반드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타인을 설득시킬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유 없는 갈등과 비판, 맹목적인 비판, 욕설만 존재하는 비판, 특히 악플은 ‘사회의 암’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우리 모두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사회적 합의를 모아야 할 것이다. 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