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의 뮤직톡톡] 재즈와 야구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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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6   |  발행일 2019-12-06 제39면   |  수정 2020-09-08
야구처럼 규칙과 룰 알면 빠져드는 재미…재즈도 시민 응원 받으며 발전됐으면
[김명환의 뮤직톡톡] 재즈와 야구
‘김명환 재즈 퀄텟’ 공연 장면

어릴적 할머니와 함께 야구 중계를 시청하다가 TV 채널을 돌려버린 일들을 종종 기억하곤 한다. 저 선수는 왜 1루까지 걸어가고 또 누구는 뛰어가는가 등 경기 중 일어나는 자잘한 일에 대해 사사건건 궁금해 하시니 좀처럼 경기에 집중할 수가 없어 드라마 채널로 돌린 적이 있었다.

야구는 룰을 모르면 참 재미가 없다. 마치 룰을 모르고 바둑대국을 지켜보는 것과 비슷한 지루함일 것이다. 재즈 역시 마찬가지다. 룰을 모르고 들으면 어디가 시작이고 언제 끝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낯선 음과 박자들이 뒤엉켜 있는 소리는 도시의 소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오늘은 야구와 재즈의 공통점을 찾아볼까 한다. 대구는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예나 지금이나 남녀노소 누구나 야구를 좋아하는 구도(球都)이다. 그리고 그 팬들의 사랑 덕분에 야구르네상스가 가능할 수 있다. 나는 윗글에 야구라는 말 대신 ‘재즈’라는 말로 고쳐 넣어도 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통점을 찾고자 한다.

야구는 미국에서 출발해 일본을 거쳐 조선 땅으로 유입되었다. 야구는 정해진 룰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변수들을 즉흥적이며 기민하게 잘 대처해 나가는 과정이다.

축구가 공간의 미학이라면 야구는 시간의 운영이다. 반대로 축구는 정해진 경기시간이 있지만 야구는 정해진 경기시간이 없다. 그저 대략의 시간만 짐작할 뿐이다.

야구는 동료의 마음을 언어가 아닌 표정과 소리, 움직임으로 파악하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며 즐거움을 찾아가는 장르이다.

나열된 야구란 단어들을 재즈로 바꿔서 읽어 보면 역시 말이 된다. 야구에는 홈런을 치는 스윙도 있고 번트를 대는 스윙도 있다. 재즈에도 강약이 존재하며 그 강약으로 관객을 긴장하게도 하고 편안하게도 만든다.

[김명환의 뮤직톡톡] 재즈와 야구
김명환 재즈드러머

야구 경기를 하다가 5회가 끝나면 얼마간의 시간을 가지고 운동장 정리와 짧은 휴식,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이 이뤄지곤 한다. 재즈 역시 통상 1부와 2부 공연으로 나눠지며 인터미션 타임에 휴식과 무대정리,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이 이뤄진다.

끝으로 가장 결정적인 공통점이 있다. 사실 이 글을 적고자 다른 공통점들을 굳이 찾아 적었다. 야구(재즈)는 다른 스포츠(음악)보다 복잡한 룰이 있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막상 그 규칙들을 이해하고 바라보면 다른 어떤 장르보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관람할 수 있게 된다. 그때부터는 스스로 야구(재즈)를 찾게 되고 경기(공연) 속에 몰입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대구는 인구대비 사회인 야구팀이 가장 많은 도시이다. 대구는 인구대비 음반을 가장 많이 구입하는 도시였다. 야구든 재즈든 관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장르이다. 관객들의 박수와 응원, 그리고 날카로운 비평으로 생명력을 유지하는 장르이다. 이렇게 공통점이 많으니 언젠가는 재즈도 야구처럼 대구시민들의 응원과 비평을 자양분 삼아 계승 발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구가 자랑하는 선수, ‘라이언킹’이 존재하듯 대구를 대표하는 ‘재즈킹’이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야구와 재즈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건 뭘까. 재즈는 본인이 스스로 관두지 않는 한 은퇴는 없다는 것, 게다가 연륜이 쌓일수록 더 좋은 연주를 한다는 것이다.

재즈드러머 sorikong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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