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세상에서 첫 번째로 신나는 곳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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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9 07:43  |  수정 2020-09-09 13:42  |  발행일 2019-12-09 제15면
[행복한 교육] 세상에서 첫 번째로 신나는 곳
김언동 <대구 다사고 교사>

기말고사가 끝나고 난 뒤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 우리 학교는 ‘창의융합주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때가 되면 평소 분주하게 돌아가는 학교 일정상 시도하기 힘들었던 문화 예술, 학술, 독서인문 분야의 다양한 행사가 펼쳐집니다. 3년 전 이 행사를 처음 기획할 때의 출발점은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톨스토이의 책 ‘세 가지 질문’의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좋은 경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여섯 번째를 맞는 이번 창의융합주간의 주제는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입니다.

2012년에 제작된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현재 우리가 맞이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누구인가에 관한 것이죠. 그 답을 찾아 긴 시간을 헤매지만 여전히 답을 찾을 수 없는 의문부터 우리 앞에 찾아온 인공지능의 위협까지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줍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로봇은 앞으로 자신들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그렇지 않기에 답을 알고 싶어합니다. 시작을 안다는 것은 우리에게 왜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요? 아마도 그것이 삶과 존재에 대한 이유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시대와 인물을 다루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 속 인간과 시대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한 가지 발견하게 됩니다. 고대나 중세, 근대, 현대, 심지어 미래를 바라보는 이야기 속 세상까지 정말 다양한 모습과 고민이 존재하지만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언제나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별 의미 없는 것에 마음을 주고 괴로워하거나 시기하고 질투합니다. 모든 상황 앞에서 신중해야 할 지도자는 큰 결정을 앞두고 감정의 흐트러짐으로 인해 나약해져 결과를 그르치기도 합니다. 이런 내용만 보면 인간다운 모습이란 늘 골칫거리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정말 그런 걸까요?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우리는 세계가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어 협동하고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리라 꿈꾼 적도 있습니다. 넘쳐나는 지식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에게 유용한 정보를 흡수하며 거대한 발전을 이룩하리라는 기대는 어느 정도 실현된 듯합니다. 반면에 네트워크를 이용해 약점을 찾고 탐욕을 드러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아무런 제약 없이 너무도 거대해진 사이버 세상을 한 톨의 의심 없이 순식간에 받아들인 인간이 풀어야 할 과제의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존엄성을 잃지 않고 날로 발전하는 세상에 맞서기 위해선 오로지 인간 스스로가 인간다움을 잃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언제나 그렇듯 그 해답을 찾는 일에 가장 필요한 것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독서가 인공지능이 기술을 습득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우리에겐 책을 읽음으로써 고유의 감정을 생성시키고 또 다른 세상으로 뛰어갈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학교 도서관 출입문에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나는 곳’이라는 문구가 예쁘게 빛나고 있습니다. 책의 집인 도서관이 ‘두 번째’라면 ‘첫 번째’는 어디일까요? 그곳은 바로 책 읽기를 통해 인공지능 로봇을 닮지 않은 삶을 선택한 인간의 마음일 것입니다. 세상이 빨라질수록 책을 읽는 행위가 지켜진다면 우리는 좀 더 인간미 풍기는, 인간다운 미래와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언동 <대구 다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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