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식 파티문화가 뜬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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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20   |  발행일 2013-12-20 제33면   |  수정 2013-12-20
저비용에 지역색 반영한 파티전문점 차츰 자리매김
20131220
파티우먼 파이팅! 모처럼 친구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 위치한 파티 전문점 ‘하우스파티’에 모인 8명의 미시. 신데렐라 궁전의 여전사처럼 나타나 서프라이즈파티 풍의 기운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파티(PARTY)!

 

이 얼마나 고혹적이며 육감적인 단어인가. ‘팜므파탈’(Femme Fatale·프랑스어로 ‘치명적 여자’란 의미)적이다.

이 단어를 원심분리기 안에 넣고 돌려보면 다섯 토막의 단어로 분리된다.

 

Peace·Art·Reality·Truth·Youth. 바로 평화·예술·현실·진실·젊음이다. 5대 원소가 골고루 섞인 파티문화가 가족·사회·국가·민족을 관통하면, 비로소 선진국의 본궤도에 진입한 게 아닐까.


◆ 문화 아이콘이 된 파티

 

파티는 차세대 최고의 ‘문화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파티는 ‘태풍의 눈’이다. 모든 영역과 네트워킹돼 있다. 브랜드와 트렌드 분석가, 디자이너와 마케터 등도 파티가 비즈니스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안다.

 

파티는 ‘문화적 중화제’다. 너무 신앙적이고 초월적으로 기울면 주술적 카니발, 아니 제정일치 시대의 제사장적 의식으로 굳어진다. 그럼 파티는 ‘신화놀음’으로 퇴색하고 만다. 전체주의 사회 속의 파티는 광기어린 ‘선전’ 수단으로 악용된다. 행사·축제·파티는 서로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행사는 너무 ‘사무적’이고 축제는 자못‘열정적’이다. 파티는 행사와 축제를 절충시켜준다.

 

2007년 경산시 대경대 웨딩이벤트학과에 파티 전공이 생긴다. 이어 각 전문대에 파티와 직간접적 연관이 있는 새로운 과가 생겨난다.

푸드스타일리스트, 플로리스트(꽃꽂이 전문가), 케이터링 전문가, 웨딩플래너, 포토스튜디오 전문가, 드레스숍 전문가, 메이크업 전문가, 믹싱DJ, 네일아티스트 등이 제과제빵사, 바리스타, 소믈리에 등과 윈윈전략을 수립한다.


◆ 대구표 파티시대 개막

 

대구표 파티문화가 개막했다.

이제 파티에선 참석자의 개성이 모두 존중된다. 일방통행은 거부된다.

 

예전에는 ‘몰개성’이었다. 가능한 빨리 폭탄주 먹고 2·3차 가서 필름 끊어지자고 서로 집단최면을 걸었다. 이젠 다르다. ‘이성적’으로 미치려고 한다. 자연히 새로운 파티 공간이 절실해졌다. 다양한 파티룸이 생겨난다. 이 흐름을 주도하는 파티플래너도 등장할 수밖에.

대구시내 삼덕동 ‘하우스파티’와 공평동 피플타임즈의 ‘아모르파티’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이한 점은 1~2년 사이 도심 러브호텔이 ‘착한버전’으로 숙성되고 있다는 사실. 그 공간에 파티룸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2月호텔’ 황금·앞산·수성점은 미니풀과 노래방은 물론, 삼겹살 파티와 3D 영화까지 볼 수 있어 연말 가족단위로 찾는 이가 많다. 그래서 예약조차 어렵다.

 

동대구역 근처에 있는 모텔 ‘칸(Khan)’은 미니수영장과 스크린골프룸은 물론, 장애인용 객실까지 마련했다. 성서의 ‘렉시모텔’은 노천탕에 당구장, 게임방까지 구비해 방송까지 탔다. 이 밖에 동대구역 근처 ‘헤라’, 평리동의 ‘마실’과 ‘F2’, 성서의 ‘오월’ 등도 파티가 있는 모텔로 인기가 높다. 이로 인해 모텔 리모델링 붐이 야단이다.

 

파티룸 모텔 특수를 잡은 대구 지역 모텔정보 사이트 ‘모텔모아’(www.motelmoa.com·김성준 대표)는 파티룸이 있는 괜찮은 모텔 80~90개의 회원업소를 회원들에게 염가로 소개해주고 있다. 김 대표는 “요즘 가족과 함께 동해안 괜찮은 펜션에 가려면 최소 30만~40만원은 각오해야 되는데 모텔모아를 통하면 10여만원대로 최상의 송년 파티를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하우스콘서트’도 파티문화를 업시키고 있다.

 

대구 수성구 상동 66의 7. 좁은 소방도로 주택가에 위치한 ‘공간울림’(이상경 대표)은 지역의 첫 하우스콘서트 전문 공간이다. 1994년 시작돼 19년을 끌고 왔다. 처음에는 칠곡의 한 아파트에서 이 대표가 하우스오르겔(파이프오르간)을 갖고 음악회를 하다가 지난 2월 현재 자리로 왔다. 100석 규모의 지하 콘서트홀에서는 ‘풍류방 연주회’ ‘재즈가 있는 화요일’ ‘대구 詩가 흐르다’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1층 로비는 리셉션장, 2층은 소규모 문예학당을 개최하는 사회적 대안공간인 사랑방(소셜키친)이 있다. 취지에 맞으면 누구든지 2층 공간을 사용할 수 있으며, 3층은 ‘꿈꾸는 다락방’이란 게스트룸이다. 20일 오후 8시에는 최훈락(피아노), 김병현(기타), 박경동(콘트라베이스), 하지현(플루트), 25일 오후 8시에는 이영경 재즈트리오, 26일 오후 8시에는 최훈락과 유하나루(첼로)의 공연이 있다. 일반 공연장보다 더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053)765-5632

 

중구 종로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한옥 게스트하우스 ‘더 판’도 상종가를 치고 있다.

 

4만원을 내면 공연 감상과 김장수 셰프의 이탈리안 요리까지 맛볼 수 있다. 매주 금요일 밤은 연인들을 위한 재즈공연, 토요일 밤은 가족단위를 위한 클래식, 국악 등을 선보인다. 6·8인용 기숙사 침대 같은 도미토리는 가족단위로 와서 묵으면 좋을 것 같다. 24~25일 밤에도 재즈공연이 있다. 010-4804-4667

 

이번 주에는 자기주도적 파티문화에 목말라 하는 독자를 위해 파티플래너와 신종 파티문화공간을 찾아 도심 곳곳을 누볐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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