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담긴 비닐봉지 들고 가게 앞 벤치 주변서 수십명이 ‘스탠딩 파티’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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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20   |  발행일 2013-12-20 제35면   |  수정 2013-12-20
대구 동성로 20대를 위한 신종 파티공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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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모니터를 통해 주문과 각종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신개념 파티 카레인 블랙파티. 한 손님이 모니터를 통해 주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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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삼덕성당 뒷골목에 자리잡은 ‘고고 비닐’은 지역에선 처음으로 비닐봉지 칵테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주말이면 입장하지 못한 손님들이 핼러윈 파티 스타일의 스트리트 스웨터 파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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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먹으면 포켓볼과 다트, 테이블 사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당구장 분위기의 펍바인 ‘후즈 밥’의 실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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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비닐'의 대표 칵테일 중의 하나인 라즈베리 프린세스.

포켓볼·테이블축구 등 즐기면서 외국인과 대화
터치스크린으로 게임 등 별의별 서비스 제공받아
맥주-부킹 결합한 주점 코스프레 카페도 등장

중구 삼덕1가 삼덕성당 뒷골목.

거기로 틈입하면 이미 몸은 ‘룰루랄라’. 젊은층에겐 클럽골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근처에 패션의류 밀집구역인 야시·늑대 골목이 진을 치고 있다. 금·토요일 밤에는 다음날 오전 속풀이 해장국까지 먹고 귀가하려는 밤샘 파티족이 비명을 질러댄다. 유학생, 원어민 강사 등까지 가세를 하니 서울 홍대 앞을 방불케 한다. 업소 주인은 사흘이 멀다하고 영업전략을 수정한다. 이 거리 사람들의 마인드가 초단위로 바뀌기 때문이다. 대다수 업소의 화두는 어떻게 파티 콘셉트를 영업에 반영하는 가이다.

길을 가다가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알바 대학생 둘을 만났다. 그들이 최근 생긴 파티 관련 몇몇 업소를 알려준다.

블랙파티(Black party)와 고고비닐(GOGO VINYL), 후즈 밥(WHO’S BOB) 등이다.

거기로 가다가 눈길을 끄는 몇 업소를 봤다. ‘드레스향’은 별별 파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코스프레 카페로 유명하다. ‘멀티플러스’는 노래방에서 닌텐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다시 말해 노래와 영화, 게임이 융합된 놀이방인 셈이다. 요즘 이 바닥 동전노래연습장은 1천원을 내면 4곡 부를 수 있다. 올해 등장한 ‘더 짝’은 ‘룸타입 수작요리주점’이란 콘셉트를 갖고 있다. 지난 6월에 오픈했는데 호프를 먹으면서 새로운 방식의 부킹을 할 수 있다.

블랙파티는 가장 업데이트된 스마트형 술집.

원래 3년 전 대전 둔산동에 생겼고 2년 전 동성로에 상륙했다. 스마트폰 문화에 젖어 있는 젊은 층한테 어필되는 게임방 같은 파티주점. 보통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직원이 와서 주문을 받는데 여긴 그 과정을 완전히 생략했다. ‘알라딘의 마술램프’ 같은 터치스크린은 50여가지 별의별 서비스 기능을 갖고 있다. 매니저 최금주씨가 기자에게 터치스크린 기능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DMB 기능이 있어 원하는 운동경기, 드라마, 오디션 프로 등도 시청할 수 있다. 오는 31일 밤 11시50분 손님 모두 제야의 종 타종 중계장면을 보면서 해피뉴이어(Happy new year)를 연호하는 ‘다함께 카운트다운 이벤트’도 갖는다. 여기선 메뉴판이 없다. 메뉴를 터치하면 가격이 얼마인지를 알 수 있고 직접 요리를 해먹을 수 있도록 부탄가스, 얼음, 소주잔, 맥주컵, 앞접시 아이콘을 터치하면 자동접수돼 매니저가 알아서 갖다준다.

다른 테이블과 부킹도 할 수 있도록 터치스크린에 캠을 장착했다. 사주팔자도 볼 수 있는 오늘의 운세 프로그램도 삽입했다. 궁합이 맞는지 알려주는 섹스토정비결 프로도 깔았다. 듣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가수명으로 찾아 들어가서 입력하면 홀 스피커를 통해 예약 순서대로 들려준다. 누가 술값을 낼 건지 신경전을 펼치지 않아도 된다.

‘복불복’ 프로를 활용하면 기계가 알아서 물주를 정해주고, 더치페이 할 경우 1인당 분담액, 그리고 영수증도 자동으로 처리해준다. 미리 프러포즈 동영상을 매니저에게 전해주면 파트너를 위한 짜릿한 프러포즈를 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 좌우에 빨강·파랑 부저가 있다. 전 테이블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동시에 랭킹까지 알려준다. 안줏값은 1만2천~1만7천원 선.

포켓볼과 테이블 축구를 즐기면서 외국인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즐기려면 후즈 밥으로 가면 된다. 벽에 기기묘묘한 낙서도 볼 만하다.

2007년 대구 첫 오리지널 백 칵테일 시대를 열어 화제가 된 고고비닐은 지퍼백 같은 비닐봉지에 80여종 칵테일을 넣어준다. 가격은 2천~5천원.

노랑머리 석지원 매니저가 기분을 펑키하게 치장해 준다. 가장 달콤한 건 ‘라즈베리 프린세스’ ‘옥보단’ 등이고 외국인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건 ‘아디우스(Adios mother fucker)’. 월·화·수·목·일요일에는 2만원만 내면 2시간 무제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

워낙 비좁아 대다수가 가게 앞 벤치에 앉아 스탠딩 파티를 자주 벌인다. 그게 볼거리다. 지난 7일 밤에는 50여명이 모여 ‘어글리 스웨터 파티(Ugly sweater party)’를 벌여 사진을 온라인에 올렸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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