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시장’ 향한 첫 걸음…공동화장실 청소 봉사 할머니 찾아

  • 최종무,이현덕
  • |
  • 입력 2014-06-06 07:16  |  수정 2014-06-06 07:17  |  발행일 2014-06-06 제3면
■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 첫날 행보
20140606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가 5일 공동화장실 관리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동구 신암동의 김연화 할머니 집을 방문해 할머니와 악수를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는 5일 당선 첫날 첫 공식 방문지로 동구 신암동 뉴타운 예정지를 선택했다. 선거 때 시장에 당선되면 이곳에서 청소 봉사하는 이른바 ‘똥쟁이 할머니’를 가장 먼저 방문하겠다고 말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권 당선자는 새누리당 당내 경선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한결 같이 “시민이 주인되는 시민 속의 시장, 시민이 어렵고 힘들 때 편히 기댈 수 있는 시장, 낮은 자세로 시민을 섬기는 ‘을’의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똥쟁이 할머니’와의 만남을 첫 공식일정으로 잡은 것은 향후 시정 운영에 있어 ‘서민을 위한 시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함이다.

실제 권 당선자는 이날 ‘똥쟁이 할머니’로 불리는 김연화 할머니(81)를 만나 “어려운 분들이 잘살 수 있도록 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했다.

“당선땐 가장 먼저 방문”
신암동 뉴타운 예정지
김연화 할머니와 담소
“서민 잘 돌보겠다”약속


그는 김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좁을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면서 동행한 배상관 신암1동장으로부터 신암동 뉴타운 예정지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배 동장은 “이곳은 어르신들이 많이 사셔서 그런지 뉴타운에 대해 반대 여론이 많다”며 “아직까지 조합이 결성되지도 못했다. 빈집들이 많이 있는데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암동 뉴타운과 관련, 대구시는 2007년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심기능을 살린다는 취지로 동구 신암동 일대를 10개 지구로 나눠 신암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고 2010년 5월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했으나 주민들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아직까지 추진위원회 구성도 제대로 안되고 있는 상태다.

배 동장의 설명을 들은 권 당선자는 “큰 일이네. 대구시가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고…”라며 “주민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 (방법이)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때 “인구 300만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기존 도시계획을 전면 혁신하겠다”며 △도시계획 전면 혁신 △도시재정비(뉴타운) 사업 활성화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뉴타운 사업과 관련해서는 주민의 반대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김 할머니는 “재개발 되는 거 싫어해요? 어때요”라는 권 당선자의 질문에 “해주면 좋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들어 갈 수가 없다. 옮겨가 살 데가 마땅찮다. 셋방살이를 어떻게 가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동안 지적돼 온 공무원들의 고자세와 관련한 지적도 나왔다. 김 할머니는 “공동화장실 문제를 이야기하러 동구청에 갔는데 젊은 아가씨·청년(동구청 공무원)들이 할마이가 미쳐서 떠들로 온 줄 알데… 그래서 암 말 안하고 나오는데 ‘할매’ 그러면서 쓰레기봉투 2장을 주더라”고 했다. 공무원 사회에 만연한 불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순간 권 당선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권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시청 공무원들이 이때까지 살아온 갑(甲)의 자세를 버리도록 하기 위해 내가 앞장서겠다”며 “존경받지 못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하는 ‘을’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었다. 또한 대구의 공직사회가 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존경을 받도록 하고,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강한 욕구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뜻을 밝히며 공직사회의 혁신을 수차례 언급했다.

한편 이날 권 당선자와 만난 김 할머니는 “고맙고 반갑다. 또 미안하고 부끄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자신이 공동화장실을 청소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바쁜데, 나라도 청소를 안하면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진다”며 “믿음으로 봉사하는 거지, 덕 볼라고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라는 권 당선자의 질문에 “시장이 맘대로 하면 안된다. 시장이 수월해 보여도 책임이 많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려운 자리”라며 “도움받기 싫고 힘 닿는데까지 남을 도우면서 살 것”이라고 했다.

권 당선자는 “얼마나 고마우신 할머니냐. 자기도 어려운데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며 “어려운 서민을 잘 돌보는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최종무기자 ykjmf@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현덕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