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받고, 가슴에 노란 리본…세월호 유가족 진심으로 위로

  • 입력 2014-08-18 07:09  |  수정 2014-08-18 07:09  |  발행일 2014-08-18 제2면
십자가 받고, 가슴에 노란 리본…세월호 유가족 진심으로 위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식에 앞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씨를 위로하고 있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제공>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챙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따뜻한 손길이 세월호 참사로 크나큰 아픔을 겪은 희생자 유가족을 어루만졌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놓고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의 말뿐인 구호보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기억하고 있다”는 교황의 진심 어린 위로가 더 큰 힘이 됐다.

교황은 방한 나흘째인 17일 오전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에게 세례를 베풀었다. 이씨의 세례명은 교황과 똑같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집전에 앞서 이씨 등 세월호 생존 학생과 유가족 10명을 만난 자리에서 이씨에게 세례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

교황은 방한 기간 틈나는 대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이들의 아픔을 위로했다. 일각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참사 이후 대통령보다 교황을 더 많이 만났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16일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 집전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카퍼레이드를 한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 400여명이 모여 있는 광화문 광장 끝에 다다르자 차에서 내려 이들의 얘기를 가만히 들어줬다.

교황은 딸 김유민양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두 손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세월호를 절대 잊지 말아달라”는 김씨의 부탁에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고, 김씨가 건네는 노란 봉투에 담긴 편지를 직접 자신의 주머니에 넣기도 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도 세월호 생존 학생과 유가족 등 30여명의 손을 잡아줬다.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전 제의실 앞에서 이들 중 10명을 만난 교황은 일일이 얘기를 들어주고 도보 순례단이 전달한 ‘세월호 십자가’를 로마에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세월호 유가족이 전달한 ‘노란 리본’은 이후 이어진 교황의 방한 일정 내내 교황의 왼쪽 가슴에 달려 있었다.

지난 1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마중 나온 세월호 유족 4명의 손을 잡고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던 교황의 진심과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행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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