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독서 나눔 어울마당’ 예선서 호응 얻은 ‘그림자 깨뜨리기’ PT

  • 백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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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18 07:58  |  수정 2014-08-18 07:59  |  발행일 2014-08-18 제15면

지난달 23일 오후, 경북여고 시청각실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문학 독서 나눔 어울마당’의 예선전이 벌어졌다. 인문학 독서 토론 모임 학생 등 9개팀이 10분의 제한시간 동안 자신들이 읽은 책을 배경으로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사다. ‘그림자 깨뜨리기’라는 주제로 호응을 얻은 ‘가온길’팀의 발표 내용을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이 팀은 책 ‘행복한 논어 읽기’와 ‘본다는 것’을 읽고 발표를 준비했다.

“공동체적 산물을 습득
하는 것이 앎의 행위와
거리가 있다는 건가?”

“앎은 항상 변하고 불완전
사회적 지식체계 벗어나
주체적으로 사유해야”

학생1 : ‘자유를 위한 소통과 주체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건 왜죠?

학생2 :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은 주입식 교육을 통해 사실에 기반한 이해 능력만 길러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지식이란 것에도 분명히 오류가 있죠. 지식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때 주체적 사고가 독선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소통하는 태도 또한 필요하죠. 이러한 태도를 가지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게 된다면 사회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생1 : ‘그림자 깨뜨리기’라. 그렇다면 자유로운 사고, 즉 주체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게 그림자라는 말씀이군요?

학생2 :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림자만 보고 실체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닐 수 있거든요.

학생1 : 좀 더 쉽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학생2 : 무언가를 ‘본다’는 행위는, 어떠한 사실을 보고 그것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판단을 위해서 우리 각자는 지식체계에 의존하고 있죠. 그러므로 본다는 것은 ‘앎’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겁니다. 우리의 알고 있는 것들은 책이나 인터넷, TV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거의 대부분 외부에서 온 것입니다. 따라서 ‘앎’은 개인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 공동체적 산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학생1 : 공동체적 산물을 습득하는 것이 진정으로 ‘앎’의 행위와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학생2 : 우리가 주목한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지식이 참된 앎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앎’은 항상 변화하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의 지식체계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사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제대로 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가치관이 사회의 틀에 갇혀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것입니다. 주체적인 사고가 자신만의 편협한 사고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하죠. 이는 논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자가 하지 않았던 4가지라고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자의성이 없고, 기필이 없고, 고집이 없으며, 독존이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의성이란 멋대로 하는 생각, 즉 선입견을 뜻하고, 기필이란 반드시 꼭 하겠다는 생각을 뜻합니다. 이는 듣는 이에게 큰 부담을 주기도 하죠. 또한 아시다시피, 고집이란 타인의 말을 듣지 않는 태도를 말하고, 독존이란 내가 아니면 안 되고 나만이 옳다는 태도입니다. 이러한 4가지를 버리는 것이 자유를 위한 소통의 실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4가지야말로 독재자의 요소로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태도이지요. 현대 우리 사회가 반드시 곱씹어봐야 할 대목입니다.

학생1 : 그렇군요. 정리하자면, 우리는 사회적 지식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주체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그리고 이때 열린 자세를 가지고 다른 사람과 소통해야 한다. 뭐 이정도가 될까요?

학생2 :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는 스스로를 완전하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쉽게 바꾸려고 들지 않죠. 이러한 착각의 그림자를 깨는 소통과 주체적 사고를 통해 생각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비로소 우리 각자가 주체적으로 변하고 사회 또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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