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작은 기적] 기본을 안지키는 아이들, 비정상의 사회가 커간다

  • 이은경
  • |
  • 입력 2014-09-03 07:16  |  수정 2014-10-17 10:22  |  발행일 2014-09-03 제1면
버릇없고 욕 생활화
잘못된 양육의 그림자
인성회복으로 치유를

식당에서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 버스가 도착하면 앞사람을 밀쳐내고 버스에 오르는 아이, 엘리베이터에서 눈이 마주쳐도 멀뚱멀뚱 쳐다만 보는 아이.

이 정도는 약과다. 길거리를 걸어가며 침을 찍찍 뱉어대는 아이, ‘X발’ ‘X나’와 같은 욕을 빼고는 대화가 되지 않는 아이, 어른이 지나가도 아랑곳 않고 담배를 피워대는 아이.

혼을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입이 열리지 않는다. ‘네가 뭔데’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 대 맞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일까.

‘철학 없는 양육’이 우리 사회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인성의 기형’이 끝모를 듯 퍼져간다.

아이들은 갈수록 버릇없어지고, 어른 노릇을 제대로 하는 기성세대도 찾아보기 힘들다.

방치된 아이들의 학교 폭력은 군부대로 이어지고, 패륜과 가정파괴의 연장선상이 된다. 어쩌면 사회 곳곳에서 ‘우리들의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는 징후인지도 모른다.

늦기 전에 인성(人性) 회복이 필요하다. 따끔하고 진정 어린 ‘면 대(對) 면 교육’이 절실해졌다. 밥상머리 교육을 복원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을 더 이상 ‘괴물’로 키울 순 없다.

2일 오전 대구 A중학교. 복도에서 마주친 학생들 중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아이는 드물었다. 그냥 힐끗 쳐다볼 뿐이다. 동행한 B교사는 “교내에서 선생님이 아니라도 마주치면 인사하라고 교육을 시키지만, 아이들은 잘 듣지 않는다”고 계면쩍어했다. 복도를 함께 걷다 바닥에 떨어진 휴지가 보이자 B교사가 직접 줍는다. 아이들에게 휴지를 주우라고 시키면 “제가 왜요?”라거나 “제가 버린 게 아닌데요?”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휴지를 줍는 대신 상점을 달라는 요구는 애교로 봐 줘야 한단다.

슬쩍 엿들은 아이들의 대화는 하나같이 욕이다. “야, 그거 ‘개’ 재밌어” “X발, 미친 X끼”.

“아이들은 X발, X나 같은 것은 이제 욕으로도 안 친다”는 B교사는 “욕을 입에 달고 살다 보니 무엇이 욕인지 아닌지 개념조차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교원총연합회가 중고생 4명에게 소형녹음기를 달아 실험했더니 평균 75초에 한 번꼴로 욕설이 튀어나왔다고 한다.

교실의 현실도 도를 넘은 지 오래다. 교육적 체벌 등 생활지도가 어려워지면서 교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수업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들을 꾸짖으면 노려보거나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대드는 학생도 있다. 이를 본 다른 학생들은 ‘아, 저렇게 해도 괜찮구나’ 하고 배우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B교사는 “수업이 끝난 뒤 학생과 상담을 하려고 해도 상담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학원에 안 가면 시간당 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라고 항의 전화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아이를 혼내면 교육청에 인격모독으로 신고하겠다고 윽박지르는 학부모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은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