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귀농인, 농업 경쟁력을 높인다. 5] ‘감물’로 활짝 핀 歸農人生, 한동근씨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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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7   |  발행일 2014-11-27 제10면   |  수정 2014-11-27
버려지던 땡감, 천연염료로 상품화…고수익에 인근 농가도 싱글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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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귀농연합회 한동근 회장이 감물 저장소에서 감물 제작과 유통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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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물 생산에 쓰일 새파란 감이 한가득 쌓여 있다. 한동근씨는 청도 감 농가에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을 사서 감물을 만들고 있다.

귀농 첫 농사 실패 경험 딛고
천연염색에 쓰이는 감물 생산
감물 원액 택배 판매 길 개척
청도 터잡은 지 8년 억대 매출
초보 귀농인 길라잡이 활동도

“귀농을 마치 ‘로또복권’ 같은 거라 생각하면 안됩니다. 도시든 농촌이든 결국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 성공합니다. 이것이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귀농 성공공식’입니다.”

청도군 이서면의 한 마을에는 <사>경북도 귀농연합회장인 한동근씨(63)의 감물 가공 공장이 있다. 그도 지금은 천연염색에 쓰이는 감물 생산·판매로 억대의 수익을 올리는 부농이 됐지만, 귀농 초기엔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한씨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청도에 터를 잡고 본격적인 귀농생활을 시작했다. 대구에서 건축 관련 사업을 하던 한씨는 각박한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껴 귀농을 결심하게 된다.

“도시생활이라는 게 각자 이득을 위해 서로 속고 속이고,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남을 짓밟아야 하는 그런 곳이잖아요. 도시의 소모적인 경쟁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가족도 선뜻 동의를 해줘 농촌에서 제2의 인생을 살기로 작정했습니다.”

귀농 결심을 한 후 한씨는 자신에게 딱 맞는 귀농지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영천이 고향이었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를 고려한 끝에 청도군 이서면을 귀농지로 최종 낙점했다. 밀양박씨 집성촌에 들어온 한씨는 귀농 초기 기존 마을주민과 동화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초기에는 마을 경로당에 매일 살다시피 했죠. 주민이 거의 어르신이었는데, 그분들한텐 도시에서 온 제가 낯설고 불안해 보였을 거예요. 경로당에서 열심히 어르신들 술심부름도 하고, 말벗도 해드렸어요. 한참을 그렇게 하니 제 진심을 아시고, 아들처럼 대해주시더라고요.”

하지만 귀농 첫해 첫 농사는 그에게 실패의 쓴맛을 안겨줬다.

“귀농하고 얼마 되지 않아 3천㎡ 정도 감 농사를 지었는데, 출하 후 손에 쥔 돈이 몇 십만원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꼭지 갈라짐 현상 때문에 첫 농사를 망쳐버린 거죠. 기존 농업인보다 방제기술이나 농사 노하우가 떨어졌으니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실망할 틈도 잠시, 한씨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천연염색을 하고 있던 지인이 그에게 감을 이용해 천연염색 염료를 만들어보라고 조언한 것이다.

“처음엔 변변한 시설도 없이 소규모로 감물을 만들었는데, 뜻밖에 돈이 됐습니다. 웰빙 바람으로 천연 감물 염색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기계를 구입해 감물 생산일을 시작했고, 몇 해 전부터는 매출이 억대를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매출은 무려 3억원에 육박한다고. 한씨의 성공 뒤에는 기술개발을 위한 그의 부단한 노력이 숨어있었다.

“감물을 원액 그대로 택배를 통해 팔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릅니다. 과감한 투자와 연구 끝에 저만의 ‘비밀 노하우’를 찾아낼 수 있었죠. 지금은 택배로 판매되는 물량만 연간 1천600~1천800여 상자에 이릅니다.”

감물 생산에는 주로 덜 익은 풋감(떫은 감)이 쓰인다. 한씨는 직접 농사를 지은 감을 이용하거나 다른 농가에서 감을 사서 감물을 생산하고 있다. 한씨의 사업이 자리를 잡은 덕에 주변의 감 농가도 덩달아 이득을 보고 있다.

“상처가 있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도 감물 원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청도 감 농가에서 감을 구매하는데, 못 팔고 버릴 뻔한 감을 사주니 농민도 좋아하고 있어요. 감 농가에 보탬이 되니 저도 뿌듯하죠.”

한씨는 현재 회원 수 8천여명인 경북도 귀농연합회의 회장직을 맡으며, 초보 귀농인을 위한 각종 활동을 하고 있다. 경북농민사관학교 천연염색과정 졸업반이기도 한 그는 감물 가공 공부와 연구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경북 14개 시·군의 귀농인과 수시로 모여 정보교환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회원과 힘을 모아 후배 귀농인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글·사진=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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