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 입문 茶에 일가견…“茶가 그렇듯 茶전문가도 세월이 필요하죠”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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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24   |  발행일 2015-04-24 제35면   |  수정 2015-04-24
15세부터 39년 역술인생 죽평 이경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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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닦지 않으면 운세풀이가 ‘장님 코끼리 만지는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틈만 나면 붓을 잡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처음부터 차 전문가가 되겠다고 덤비면 용두사미가 된다. 세월이 필요하다. 차도 그렇다.

차는 1981년부터 마시기 시작한 것 같다. 아버지 때문이다. 역술 관련 국제학술대회를 대만, 홍콩, 필리핀, 하와이 등 동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 해에 한 번씩 돌아가며 개최했다. 아버지는 매번 초청되어 다녀오셨다. 지인이 한국 방문 때는 어김없이 차를 선물로 가져오셨다. 그로 인해 차를 접하는 시점이 남보다 빨랐다. 당시 대구에선 차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잘 없고 녹차 외엔 잘 생각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친구들과 음악 다방을 다니며 물커피, 그러니까 지금의 아메리카노 같은 연한 커피를 즐겨 마셨다. 집에선 늘 꽃향기가 나는 차를 마신 기억이 난다. 아마 철관음 중 최상품이었을 것이다.


茶를 마신 지 수십여 년
다양한 제다법 익히고
홍차까지 직접 만들어
茶사랑방‘죽평다관’운영

中 의흥 명물 자사호에 매료
직접 만든 제품으로 전시회

스킨스쿠버에도 빠져
30년간 1만5천 번 잠수 기록

그러나 역술은
내 삶에 ‘태풍의 눈’
다른 것을 다 포기하더라도
역술만은 포기하지 않을 것


◆중국차와 다구 연구에 몰두하다

초창기엔 중국차 관련 전문용어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복원창호(福元昌號), 동경호(同慶號), 경창호(敬昌號), 동창호(同昌號), 강성호(江城號), 송빙호(宋聘號), 광운공병(廣雲貢餠), 홍인(紅印), 녹인(綠印) 등 골동보이차의 족보를 훑고 다녔다. 오래된 차나무도 보고 싶어 윈난성 맹해 고수차 등을 보러다녔다. 16년전에는 중국 현지에서 만들고 싶어 맹해에 작은 다창을 마련했다. 보이차의 비밀을 알기 위해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생차청병(生茶靑餠)과 숙차청병(熟茶靑餠), 30∼40℃의 물을 찻잎에 뿌려 수분 함량이 20∼30% 되게 해 미생물이 발효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퇴적(堆積) 중 3차 뒤집기 과정인 ‘악퇴(渥堆)’가 포함된 미생물속성병차(微生物速成餠茶) 제다법도 익힐 수 있었다. 나중에는 홍차까지 만들었다. 결국 ‘죽평다관’이란 차 사랑방을 시내 종로에 열었다.

차뿐만 아니라 각종 다구도 취급하게 됐다.

20년 넘게 중국을 오갔다. 나를 가장 흥분시킨 건 바로 중국 강소성 의흥의 명물 자사호(紫沙壺). 차에서 자사호로 내 관심의 축이 바뀐다. 자사호 중에서도 각이 진 각호(角壺)에 푹 빠진다. 고서에 등장하는 명품 각호를 현지인에게 만들어 달라고 해도 낱개는 곤란하다고 했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팔 수밖에. 2001년부터 자사호에 입문한다.

의흥은 강소성 무석시 남쪽에 있는 자사호의 생산지. 자사는 자주색 모래흙, 그걸 반죽해 성형한 뒤 1천200℃에 구워낸다. 국내에서는 자사가 나지 않는다. 의흥은 우리로 치면 경기도 이천, 경북 문경, 전남 강진쯤 되는 곳.

16세기 명나라 때 의흥면 동남쪽 40리 밖 금사사에 노스님이 있었다. 그는 자사를 갖고 차호 만들기를 즐겼다. 하지만 완성 후 낙관을 남기지 않았다. 최초로 차호 밑바닥에 서명한 자는 명나라 의흥 출신인 공춘(供春)이다. 그가 의흥 자사호 창제자이다.

자사호 작가도 등급이 있다. 국가급대사, 성급 대사, 성급명인, 고급공예미술사, 공예미술사, 조리공예미술사, 공예미술원(창작 못하고 손재주 있는 자) 순으로 내려간다. 자격증을 가진 자가 수천여명이고 만드는 자는 1만명이 넘는다. 의흥에선 자사호 얘기를 말아야 한다.

자사는 주로 황룽산 등 55개의 광산에서 생산된다. 광석은 기계용 쇳덩이처럼 노천에서 1년쯤 야적시키면서 풍화시킨다. 그후 분쇄하고 체로 쳐 ‘자사니(紫砂泥)’를 만든다. 이어 화니와 숙니 단계를 거치면서 점점 점성을 증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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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호 직접 제작…전시회도 열어

호를 만들 때 몸통·받침·주둥이·손잡이·뚜껑을 따로 만든 뒤 결한다. 자사호 뚜껑엔 조그마한 구멍이 있다. 쓰임새를 알기 위해선 차호가 갖추어야 하는 기능성 ‘삼수삼평(三水三平)’ 개념을 알아야 된다. 삼수란 출수(出水)·절수(切水)·금수(禁水)를 말한다. 출수는 예상 지점에 물이 떨어지는 것이고, 절수는 물이 몸통으로 흘러내리지 않는 것, 금수는 뚜껑의 바람 구멍을 막으면 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명품일수록 주둥이와 뚜껑 사이에 틈이 없다. 검지로 밀어 조금 흔들거리는 느낌이 있으면 마이너급으로 내려간다. 삼평이란 물대 끝·몸통의 전(입구)·손잡이의 끝이 수평을 이뤄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과 같은 기능상의 문제가 생긴다.

나는 의흥의 도공 오대생(吳大生)의 집에 한달간 머물며 수십 차례 자사호 제작과정에 참여한다. 2006년 봄에 또 의흥으로 건너가 55년 경력의 고급공예사 예순생(倪順生)의 견습생도 된다. 그 사이 뜻밖의 명품을 손에 넣게 된다. 고급 공예사인 유근림(劉根林)과 뜻이 맞은 것이다. 유근림은 자기 6대조가 만든 감나무 잎 문양이 돋보이는 시형호(枾形壺)의 뚜껑을 내게 닫도록 과제를 줬다. 내가 단숨에 닫은 것에 감동한 유근림이 인연이라면서 가보를 선물로 선뜻 내놓는다. 유씨는 20여점의 명품 자사호 등 200여종 수만여점의 자사호를 갖고 있다. 물론 내가 직접 만든 ‘죽평호’도 있다. 악기를 처음 사용하면 길을 들여야 하는데 이를 자사호에선 ‘양호(養壺)’라 한다. 신제품은 찻물로 자주 샤워시켜주고 다포로 자주 문지르고 손때를 입힌다.

급기야 2009년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7년여간 직접 만든 자사호 700여점을 전시했다. 아마 한국에선 첫 사례인 것 같다.



◆물이 좋아 스킨스쿠버에 입문

나의 역마살은 스킨스쿠버로 건너 뛴다.

그것도 얼추 30년 세월이 흘렀다. 내 사주엔 물이 가득해서 그런지 물만 보면 좋다. 20대 중반쯤에 다이빙 교육을 받았다. 지금까지 족히 1만5천번 물 속에 들어간 것 같다. 산소통을 3천600여통이나 사용했다. 매주 일요일마다 2통씩 사용했다. 일반인은 그렇게 많은 통을 사용 못할 것이다.

1990년대 ‘수중 수석회’란 모임을 할 때 계산동에서 동원수석을 운영하던 정혜주 사장 외 몇 명과 팀을 만들어 열심히 수중 탐석을 다녔다. 경상중 출신의 동기들과 ‘바다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다이빙 모임도 했다. 필리핀 수빅에서 테크니컬 다이빙으로 수중 77m 심해로 내려갔다. 2차대전 때 침몰한 미국군함을 본 것이 가장 깊은 심해 다이빙으로 기억된다. 그후로는 딥 다이빙은 하지 않는다. 딥 다이빙으로 많이 사고를 당한다. 77m에서 5분 정도 구경하고 상승하는 감압 시간이 40분 정도 소요됐다. 생각해 보니 내겐 어울리지 않았다.

바다 밑에서 참으로 많은 돌을 주웠다. 우리 집안 8남매는 모두 수석인이다. 돌을 만지면 자연 수석과 분재, 목부작·석부작 등으로 취흥이 굽이쳐간다. 그걸 하면 도예도 공부해야 하고 자연 서예와 동양화 감각도 겸비해야 된다.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지면 곧잘 달마도를 그린다. 매달 3째 목요일에는 죽평다관에서 차회를 한다. 그들을 위해 직접 샤브샤브 요리를 할 때도 많다. 바다에서 물질하는 사람의 습성 중 하나다.

자사호에서 이젠 은으로 만든 다구에 필이 꽂히고 있다. 은세공 관계자와 자주 만난다. 최고급 은재 다구에 최고급 보이차를 담고 싶은 것이다.

태풍의 눈은 고요하지만 그 가장자리는 폭풍천지. 물론 역술은 내 삶의 태풍의 눈. 다른 걸 다 포기하라고 하면 결국 역술만 사금처럼 남을 것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죽평이 본 2015년 대한민국 운세

2015년을 주역으로 풀어 보면 수택절(水澤節) 괘가 올해 한국의 운세다. 절도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하나 서둘러 화를 부를 수 있는 형상이다. 을미년의 오행은 을(乙)은 오행상 목(木)의 기운이고 미(未)는 오행상 토(土)의 기운을 지녔다. 이는 서로의 기운이 상극이지만 서로 약한 기운이라 정치적 인물이 두드러지게 나오지 않는 해로 봐야 한다. 그에 반하여 경제적 성장은 원활할 것이다.

현재 4월 운기는 수풍정(水風井), 사면이 막혀 오직 하늘만 열려 있는 형상이다. 5월은 상처뿐인 영광으로 끝나는 시기, 6월은 얼음이 녹아내려 점차 좋아지는 운기지만 무리수는 피해야 할 시기, 7월은 큰소리가 나는 운기이나 서로 양보하고 실속있는 행동이 필요한 시기, 8월은 뜻대로 되지 않는 시기, 9월은 순조롭게 진행되며 작은 노력으로 큰 결실이 오고, 10월은 꾐에 빠질 수 있다. 변화는 불리한 시기, 11월은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무리함이 없고, 12월은 아이가 기어다니는 형상. 뭐든 새롭게 출발해 나가야 할 시기다. 달별의 운기지만 올해의 운세가 수택절이란 괘를 감안한다면 점차 안정돼 가는 운세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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