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정신이 심장마비 대구시향 지휘자 살렸다

  • 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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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01 07:36  |  수정 2015-06-01 07:36  |  발행일 2015-06-01 제9면
공연관람하던 의사·소방대원
심폐소생술 등 빠른 응급처치
현장의 자동제세동기 큰 역할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공연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일(영남일보 5월30일자 7면 보도)과 관련해 시민들의 성숙한 초동 대응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밤 9시20분쯤 대구시민회관에서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줄리안 코바체프씨(60·독일)가 공연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원인은 심장마비의 일종인 심실세동(심장의 박동에서 심실의 각 부분이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재 대구의 모 대학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코바체프씨가 무사할 수 있었던 데에는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발빠른 응급처치와 협조가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급성 심장마비의 골든타임은 5분 정도다. 3~4분이 지나면 뇌조직에 손상이 가기 시작해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 확률이 높아진다.

당시 공연을 관람하던 최강운씨(32·영남대병원 내과 전공의 4년차)는 지휘자가 쓰러지자마자 무대로 달려나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심장 부정맥 환자를 꾸준히 봐온 그는 침착하게 코바체프씨의 1차 응급처치를 담당했다. 최씨는 “당시 지휘자는 의식이 없고 맥박도 희미한 상태였다. 의식을 되찾고 잃기를 수차례 반복했는데, 다행히 자동제세동기(AED)가 근처에 있어 응급처치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아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러 온 장문희 수성소방서 대응관리팀장(40) 역시 자동제세동기를 가져오는 등 응급처치를 적극 도왔다.

장 팀장은 “공연장에 들어서면서 출입구 쪽에 있던 자동제세동기의 위치를 파악한 것이 도움됐다. 심박정지를 직감하고 이 장비를 무대 위에 있던 의사에게 인계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제세동기에 대한 중요성과 사용법 교육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있던 관객들도 골든타임 확보에 최대한 협조를 했다.

최씨는 “시민들 역시 안내에 잘 따라줬고, 119구급대도 신속히 도착했다”고 했다. 이날 관객들은 119구급대가 도착하자 안내방송에 따라 환자 이송로를 만들어 후송 시간을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나리기자 choi@yeongnam.com

자동제세동기(AED)= 심정지 환자에 부착된 전극을 통해 전기충격을 심장에 보내 비정상적인 심방·심실 박동을 제거하는 의료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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