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인터뷰
친구들과는 수다떨고 먹지만…가족 절반만 저녁식사 참석
식사하며 1시간쯤 가족회의…대화 안길어 식사 20분만에 끝
◆ 이영재(50·대구 북구의원)= 가족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 지 오래됐다. 아들은 혼자 등교시각에 맞춰 간단하게 빵을 구워 먹고 나가고, 아내와도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기가 힘들다. 저녁식사는 주말에만 같이 할 수 있다. 평일엔 일이 일찍 끝나 집에 가더라도 아들이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하고 늦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주말에 함께 밥을 먹는 시간도 20분밖에 안 된다. 대화가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들은 온종일 학교에만 있는데,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부모와 얘기하진 않는다. 물어봐도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다. 그나마 가족 대소사의 경우 스마트폰 단체 채팅방에서 상의하는 데 위안을 삼는다. 대화가 줄어들고 있다는 걸 느낄 때면 왠지 씁쓸해진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65세 이상 더 외로운 저녁 38%가 ‘나홀로’
지난달 30일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열린 2016 대구가족사랑 대축제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등 참석자들이 가족친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
저녁 밥상은 각자의 일로 바쁜 가족들을 한데 불러 모아 서로의 얘기를 꺼내놓게 하는 소통의 매개체다. 또 가정이 사회의 기초 구성 단위로 따뜻한 유대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가족끼리 식탁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2005~2014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가족동반 저녁 식사율은 9년 만에 10.2%포인트나 떨어졌다. 2005년 76.0%, 2008년 68.8%, 2010년 68.0%에 이어 2014년 65.8%로 해마다 줄었다.
가족동반 저녁 식사율의 하락은 65세 이상 노년층에서 두드러졌다. 2005년 87.4%에서 2014년 62.0%로 25.4%포인트나 감소했다. 9년 새 13.4%포인트 줄어든 50~64세와 견줘 감소폭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
2005년 가장 높았던 노년층 가족동반 저녁 식사율이 9년 뒤엔 30~40세(67.5%)와 50~64세(62.2%)보다 낮아진 것은 ‘홀몸 어르신의 급증’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건복지부의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독거 노인 수는 2005년 77만명에서 지난해 137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짐이 된다는 이유로 가족과 따로 사는 노인들이 많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노인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가족동반 저녁식사 감소세는 남녀 간에서도 차이점이 있다. 남성의 경우 19~29세의 감소폭이 20.5%포인트로 가장 컸지만, 같은 연령층 여성의 감소폭은 5.4%였다. 20대 남성의 경우 병역 이행 등의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65세 이상은 여성의 감소폭(31.5%포인트)이 남성(15.9%포인트)의 두 배 가까이 높다. 이는 남성의 기대수명이 여성에 비해 짧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남성의 경우 6~11세가 유일하게 가족동반 저녁 식사율이 증가했고, 여성은 3~5세, 6~11세, 30~49세는 각각 0.8%포인트, 1.7%포인트, 0.2%포인트 상승했다. 남녀 모두 유소년기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시기여서, 30~40대 여성의 경우 육아에 전념해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남녀 간 가족동반 저녁 식사율 감소폭은 거주지역과 소득수준별로도 차이가 났다. 남성은 농촌에서 도시로 갈수록 감소폭이 커졌다. 동 지역의 감소폭은 13.6%포인트로 읍·면 지역 감소폭(8.5%포인트)에 비해 5.1% 컸다. 반면 여성은 동 지역(6.6%포인트)과 읍·면 지역(7.6%포인트)의 감소폭이 1.0% 차이가 났다. 소득수준별 가족동반 저녁 식사율의 감소폭은 남성의 경우 두 자릿수대로 크게 벌어졌으나, 여성은 한 자릿수대로 낮았다.
국민 건강 통계에선 가족과 함께 식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따로 조사하지 않았으나 가족 구성원들의 외부 활동이 과거보다 활발해지고 혼자 사는 가구도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질병관리본부 측은 분석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연령층은 결혼을 미루며 독립해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고, 노인들도 자녀와 동거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가족동반 저녁 식사율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 가족 동반 저녁 식사율 현황 (단위:%) | |||||||||
2005년 | 2007년 | 2008년 | 2009년 | 2010년 | 2011년 | 2012년 | 2013년 | 2014년 | |
전체 | 76.0 | 68.3 | 68.8 | 68.1 | 68.0 | 66.1 | 66.4 | 65.1 | 65.8 |
남성 | 75.3 | 65.5 | 66.5 | 66.4 | 65.4 | 63.6 | 65.6 | 62.6 | 62.4 |
여성 | 74.5 | 68.6 | 68.0 | 67.0 | 68.1 | 66.6 | 63.3 | 64.5 | 6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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