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모두 정치史 중심 기술…中‘역사’- 高‘한국사’차별화 못해”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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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0   |  발행일 2016-05-20 제5면   |  수정 2016-05-20
■ 역사교육학회 학술대회

20일 경북대 우당교육관에서 열리는 전국 5개 역사교육학회 공동주최 연합학술대회 참석자들은 2018년부터 학교현장에 적용될 ‘2015년 개정 역사교육과정’을 두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다. 이날 최상훈 교수(서원대)의 기조강연에 이어 남한호(군위 의흥중)·문경호(대전과학고)·박중현(서울 잠일고)·황진상(서울 광운전자공고)·서인원 교사(서울 진선여고) 등 5개 학회를 대표하는 현장교사들의 주제발표와 강화정(부산 충렬고)·우인수(경북대)·이해영(한국교육과정평가원)·윤세병(대전 유성생명과학고)·김덕진(광주교육대) 등 각계 전문 학자들의 토론이 이어진다.

지역사로서 공동 평화·번영 지향
동아시아 각국의 역사 서술해야
세계사 교육의 개선 고민도 필요


최상훈 서원대 교수는 역사교육 강화, 과학교육 강화를 표방하면서 상당 기간의 공론을 거쳐 마련된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도 되지 못한 채 ‘미래형 교육과정’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폐기되어 2009년 말 새로운 교육과정이 고시되었던 사실을 지적하고,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의 문제점과 실패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교육 개혁 업적을 위한 정권의 압박으로 급조된 총체적 부실덩어리라고 비판했다.

또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한 문경호 교사(대전과학고)는 학습요소의 누락, 계열성 확보의 실패, 핵심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개정 교육과정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급조된 역사과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지금이라도 학계 연구자와 교사들의 목소리를 수용·보완하여 역사 교과서가 더 이상 정치논리에 휘말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미리 입수한 기조강연 및 주제발표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요약했다.

◆ 최상훈 서원대 교수(역사교육과정의 쟁점과 개정방향)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의 공식적인 명분은 ‘창의적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것이었으나 실상은 박근혜정부 시기 중에 새로운 교육과정을 선포하여 교육을 개혁하였다는 업적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비롯하여 모든 역사 교과서를 검정화해야 한다. 현재 국정 초등 역사 교과서의 폐해가 크다.

◆ 문경호 대전과학고 교사(2015개정 한국사 교육과정과 성취기준 분석)

정치 논리나 진영 논리 또는 교과 간의 반목 때문에 교육과정이 흔들리는 현상은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없다. 국가 교육과정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이나 실습과는 달리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 만큼 신중하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먼저 개정목표인 학습량을 줄이려는 의욕 때문에 일부 단원에서는 성취기준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학습요소마저도 누락시킨 사례가 확인된다. 또 교육과정 연구진이 몹시 주의를 기울였던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의 차별화(계열성 확보)는 두 학교급의 역사교과서가 모두 정치사 중심으로 기술됨으로써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 박중현 서울 잠일고 교사(‘세계’가 빠진 세계사 교육과정)

2007·2009년 개정 교육과정 속의 세계사는 문화권별로 단절된 역사에서 교류와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반성, 유럽 중심주의의 극복 등을 반영하여 구성되었다. 그러나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의 개발진은 이러한 교육과정은 ‘한국의 역사학과 역사 교육의 수준에서는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것이 이미 판명되었다고 주장한다. 2015 교육과정 개발자들은 세계사 교육의 위기와 현재 당면한 문제를 모두 지구사의 탓으로 돌려버림으로써 위기의 복합적인 원인을 찾아보고 개선에 대해 고민하기를 포기하는, 쉬운 길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 황진상 서울 광운전자공고 교사(동아시아사 교육과정의 변화와 동아시아사 교육의 전망)

가장 큰 우려는 ‘동아시아사’ 교육과정과 교과서, 수업 내용을 채워야 할 ‘동아시아학’의 체계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민족중심주의, 자국중심주의에 매몰되어 있던 한국사와 서구 중심주의에 입각해 있던 세계사에 대한 역사 과목 전반에 대한 그동안의 회의적인 시각을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로 ‘동아시아사’가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각국이 긴밀하게 연결된 시기와 사건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각국의 역사가 서술되어야 한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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