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행적 ‘7시간 미스터리’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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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0   |  발행일 2016-05-20 제6면   |  수정 2016-05-20
실종날 밤 9시∼다음날 오전 4시
정확한 이동 경로 확인되지 않아
범행동기·시신유기 장소도 미궁

대구에서 실종된 건설업체 대표 살해 용의자가 붙잡혔지만, 여전히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이 풀리지 않고 있다.

유력한 용의자 A씨(44)가 진술을 거부하면서 범행 동기와 살해 방법, 사체 유기 장소 등 구체적인 범죄 사실이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의문점은 피해자 김모씨(48)가 살해됐다면, 언제·어디서·어떻게 살해됐느냐 하는 점이다.

경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A씨는 지난 8일 오후 1시쯤 경산에서 김씨를 비롯해 거래처 대표 2명과 골프 모임을 가졌다. 이어 오후 7시30분쯤 인근 식당에서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하고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밤 9시쯤 김씨와 함께 자신의 집 앞에 도착했다. 이후 A씨의 동선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A씨는 참고인 조사에서 “김씨와 함께 다시 승용차를 타고 사무실로 가 잠시 쉬다가 나왔다”며 “김씨가 술을 한 잔 더 마실 것을 권유했으나, 밤 10시30분쯤 김씨를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 내려주고 집에 돌아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이 버스정류장 주변 CCTV를 확인한 결과, 김씨의 차량은 포착되지 않았다.

다음 날인 9일 오전 4시쯤 A씨가 자신의 집에서 나오는 장면은 CCTV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A씨가 당일 밤에서 다음날 새벽 사이에 김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만으로도 A씨가 범인이 확실하다며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사실 경찰은 실종 초기부터 A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있었다. A씨 차량 블랙박스의 저장장치가 김씨의 실종 직후 새것으로 바뀌어 있는 등 의심스러운 점이 많아서다. 지난 16일 사건 담당 부서를 실종팀에서 형사팀으로 옮긴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A씨가 김씨의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9일 오전 7시20분쯤 영천의 한 주유소에서 A씨가 삽을 빌린 뒤 1시간쯤 뒤에 반납한 사실이 확인된 것.

해당 주유소 관계자는 “당시 한 남성이 주유소에 들러 현금 5천원을 맡기고, 삽을 빌린 뒤 군위군 고로면 방향으로 올라 갔다가 삽을 되돌려 줬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A씨가 범행 직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시신’과 관련된 내용을 검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차량과 사무실 등을 감식했으나 혈흔 등 범행과 연관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면서도 “A씨가 최초 진술한 부분과 행적이 일치하지 않고 있고, 그 외에도 범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단서들이 많아 용의자로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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