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대항마을 주민 상당수 반대

  • 박광일,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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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15 07:08  |  수정 2016-06-15 07:08  |  발행일 2016-06-15 제2면
“고향이 없어지는데 누가 좋아하겠냐”
“부산 눈치 보느라 반대 말도 못 꺼내”
“평생 고기만 잡았는데…살길 막막해”
외양포 등 근대문화유산 사라질 위기
가덕도 대항마을 주민 상당수 반대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 발표가 다음 주로 다가오면서 14일 부산 가덕도 일대에 신공항 유치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동남권 신공항, 장애물 없는 가덕도 해안뿐’ ‘바다·하늘·육지 맞닿은 가덕 해안 신공항 0순위’

14일 오전 찾은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 한적한 어촌 마을 어귀에 이같은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드문드문 내걸려 있었다. 버스정류장에 서있던 ‘강서 1번’ 마을버스 옆면에도 ‘가덕신공항 결사유치!’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대항 전망대’에는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염원하는 비행기 모형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바로 옆 표지판에는 ‘가덕신공항까지 건설되면 이곳 가덕도는 국제적인 관광휴양도시가 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곳 대항마을은 부산시가 주장하는 ‘동남권(남부권) 신공항’ 건설 예정지다. 만약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로 확정되면 대항마을 일대는 활주로 끝자락에 속하게 된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대항마을 주민들은 신공항 유치를 반기고 있을까. 신공항에 대한 대항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부산시민들과 사뭇 달랐다. “주민의 70~80%는 신공항 건설에 반대합니다. 그런데 부산시의 신공항 유치 열기가 워낙 뜨거워 대놓고 말하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60대 주민 A씨는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마을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신공항 입지로는 밀양보다 가덕도가 낫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만약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오면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게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항마을은 부산시의 최남단 마을로 200여 가구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어업이나 소규모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김씨는 “행정구역은 부산시에 속해있지만, 시골이나 다름없다”며 “쥐꼬리만 한 토지 보상금으로는 부산시내에 있는 아파트 전세도 못 구한다. 살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40대 주민 B씨는 “이곳 대항마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라며 “고향이 없어진다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딨겠느냐”고 반문했다.

160여년간 전해 내려온 이 마을만의 전통 어업 방식인 ‘숭어들이’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는 바다에 그물로 함정을 친 뒤 그 안으로 숭어가 들어오면 재빨리 잡아당겨 잡는 방법이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는 친환경 어로기법으로 유명하다. 특히 전통 ‘숭어들이’로 잡은 숭어는 남해 죽방멸치처럼 스트레스를 덜 받고 상처도 덜 생겨 상품성이 좋다.

하지만 이 일대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더는 어업을 하지 못한다. 대항등대 근처에서 만난 한 50대 주민은 “대부분의 주민이 평생 고기만 잡던 사람들인데 이제 와서 다른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어업 보상비 몇푼 받아봐야 도움도 안 된다. 대출을 받아 배를 샀는데 만약 신공항이 들어서 고기를 못 잡게 되면 원금은커녕 이자도 못 갚게 생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항마을 주변에 산재한 근대문화유산도 걱정거리다. 대항마을 남쪽 외양포는 1904년 일본군이 조선 침략을 위해 최초로 상륙한 지점이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사령부가 주둔했으며, 1945년 8월15일 광복 때까지 일본군이 계속 머물렀다. 그 당시 설치한 화약고와 사단막사, 포대자리 등 시설물이 현재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다.

특히 마을 인근 세바지 해변 바위에는 당시 일본군들이 강원도의 탄광 노동자들을 강제 징용해 뚫은 벙커들이 있다. 벙커는 연합군을 방어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한 주민은 “세바지 해변의 벙커들도 수용 대상에 포함된 걸로 알고 있다”며 “아픈 역사지만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신공항이 들어서면 싹 밀릴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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