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길 모든 산과 들의 기운이 모인 곳…“부자 氣 받으세요”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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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8   |  발행일 2016-10-28 제34면   |  수정 2016-10-28
호암 이병철 생가
1851년 지어져 2007년부터 일반 개방
동네 분식가게 상호·메뉴도 ‘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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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일반인에 개방된 호암 생가. 의령 부잣길의 종착지인 이 집에서 호암은 17세까지 살았다.

성황리 소나무에서 3㎞ 정도 내려오면 출발지였던 대지 1천907㎡(약 590평)의 호암 생가(정곡면 중교리 723)에 도착한다. 부잣길에서 만났던 모든 산과 들의 기운이 한 곳으로 모여 정점을 이뤘다는 곳이다. 1851년 호암의 조부가 전통 한옥 양식으로 손수 지었다. 남서향으로 안채·사랑채·대문채·광으로 구성돼 있다. 아담한 토담과 바위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울창한 대숲이 운치를 더한다. 호암은 1910년 아버지 이찬우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17세까지 여기서 살았다. 2007년 11월부터 일반에 개방됐고 현재 삼성가에서 관리하고 있다.

호암은 26세에 부친에게서 쌀 300석에 해당하는 토지를 물려받아 도정 공장 등을 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던 중 중일전쟁의 발발로 그간 벌었던 돈이 모두 없어진다. 재차 마련한 3만원의 자본금으로 1938년 대구에서 삼성그룹의 모체인 삼성상회를 설립한다. 호암은 삼성을 국내 1위 기업으로 만들어놓고 87년 세상을 떠난다.

의령읍에서 국도 20호선을 따라 15분 정도 달려 중교네거리에서 정곡면 방향으로 150m만 가면 곧장 정곡면사무소와 공영주차장을 만나게 된다. 공영주차장에서 호암 생가까지는 불과 250m.

이 동네도 덩달아 ‘부자마케팅 특수’를 누리고 있다. 호암길 카페는 물론 ‘부자분식’이란 가게도 생겼다. 분식집의 모든 메뉴에 부자란 단어가 붙어 있다. 부자콩국수, 부자팥빙수, 심지어 부자저금통(6천원)도 팔고 있다. 그 가게 여주인은 조영자씨, 남편은 이무희씨로 바로 이건희 회장과 한 항렬이다.

마을 사람이 모두 부자는 아니었다. 호암의 생가가 아무리 명혈(名穴)이라고 해도 그 언저리에 사는 모든 사람을 부자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호암에겐 지기의 도움 이외에도 부자 의지, 지인과의 교분, 독서와 내면수양 등이 동시에 증폭작용을 일으킨 것 같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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