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에 부는 신라음식 복원 붐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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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5   |  발행일 2016-11-25 제34면   |  수정 2016-11-25
신라이사금밥상·골동반 개발 차은정
삼국사기·삼국유사 사료 토대로 성과
박미숙 연구가 ‘나물찜비빔밥’도 눈길
그릇까지 궁터에서 나온 그대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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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뫼나물찜비빔밥 한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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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정 한국음식문화연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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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숙 수리뫼 대표

현재 국내 전통한식의 인프라를 가장 탄탄하게 고수하는 두 명인이 서울에 있다. 어머니 황혜성에 이어 조선왕조궁중요리 기능보유자가 되었고 현재 궁중요리 전문식당인 ‘지화자’와 궁중요리연구원을 이끄는 한복녀 원장, 그리고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이다. 전국 유명 한정식당 주인은 대다수 두 문중 출신이라 보면 된다.

그 흐름과 맞물려 전통한식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요리연구가가 경주에 두 명 있다. 신라전통음식을 약선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2008년 ‘한국음식문화연구학교’를 차린 약선요리 전문가 차은정 교장과 황혜성 직계 제자로 궁중요리를 배워 경주에서 궁중요리를 전파하고 있는 전통음식체험연구원을 겸한 식당 ‘수리뫼’ 박미숙 대표다.

차은정 교장은 신라음식 연구에 심취했다. 현대판 신라대장금이 되려면 경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신라음식 정신이 ‘약선정신’이라고 믿었다. 제대로 하기 위해선 동서양 음식학에 정통해야만 했다. 경희대 식품영양학과에서 단체급식론을 전공했고 동아대 식품영양학과에서 조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재차 동아대 한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는 한국예술문화 명인(신라전통음식 부문), 경북도문화재자료 제256호 신라임금제례진설위원에 선정된다. 신라약선요리가 어떤 건지 궁금해 직접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는데 그게 ‘라선재(羅膳齋)’다. 일종의 ‘신라전통음식관’이라 보면 된다. 그동안 APEC 장관, 아시아소사이어티 글로벌 집행 이사단, 주한 대사 등을 위한 오·만찬을 주관했다.

경남 양산시 영산대 약선조리학과장을 지낸 그녀가 처음 경주에 왔을 때는 앞이 캄캄했다. 자료가 너무 없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에 나타난 단편적 사료를 연결해 원형을 복원해나갔다. 알에서 태어난 김수로왕은 황후 허황옥에게 결혼 예물로 대추와 복숭아를 줬고 선덕여왕은 산수유를 즐겼으며 사모하던 청년이 죽자 팥죽을 문가에 뿌렸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 덕분에 경주 엑스포 때 꿩요리, 보리빵, 무궁화 국과 전, 쇠비름 물김치, 양고기, 술찌끼로 만든 김치, 당귀 정과, 약밥 등을 축으로 ‘신라이사금밥상’을 선보일 수 있었다.

그녀가 개발한 것 중에 ‘신라골동반’이 있다. 만드는 과정이 만만찮다. 일단 보리·멥쌀·찹쌀·율무·조를 약초물에 담근 뒤 오곡밥을 만들고 그 옆에 쑥국에 찹쌀과 된장을 푼 쑥애탕, 그 밖에 감자김치와 갖은 약재가 들어간 약고추장 등을 축으로 개발한 것이다.

박미숙 대표는 1983년 황혜성이 꾸려가던 궁중음식연구원에서 5년6개월간 궁중요리를 공부한다. 한때 한강 이남에서 가장 괜찮은 한식을 내놓았던 코오롱호텔 한식부에서도 일했다. 2005년 내남면 이조리 경주최씨 최진립 종택의 한 고가를 임차해 ‘수리뫼(경주 남산의 최고봉)’를 오픈한다. 이에 앞서 95년에는 경주 시내에 박미숙 요리학원을 열었고 경남 언양 석남사 밑에서 ‘석남’이란 식당도 운영했다. 2011년 이조리 용산서원 근처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수리뫼를 확장 오픈했다. 수리뫼가 개발한 신라스러운 비빔밥은 점심특선인 8천원짜리 ‘나물찜비빔밥’이다. 여느 비빔밥 나물은 식용유에 볶아 내는데 건강에 문제가 있다 싶어 기름 없이 쪄 낸 나물로 수리뫼식 골동반을 개발해 낸 것이다.

경주대도 2009년부터 신라음식 복원에 전력하고 있다. 이순자 총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선덕여왕 수라상’ ‘김유신 밥상’ 같은 신라 음식의 개발이 완료되면 다소 침체된 경주 지역의 관광 활성화에도 상당 부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 일환으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물론이고, 일본 왕실의 보물창고라는 ‘쇼소인(正倉院)’의 고문서 등에 전해 오는 신라의 식생활과 음식 정보를 정리하고 있다. 또 음식 재료는 신라의 옛 영토에서 재배하고 그릇도 서라벌 궁터에서 나온 것들을 원형대로 제작하는 등 신라 음식 복원 작업을 부설 신라음식문화연구원을 통해 수행하고 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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