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 반대]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 최보규
  • |
  • 입력 2017-07-18 07:22  |  수정 2017-07-18 09:11  |  발행일 2017-07-18 제5면
“日 원전사고 때 방사선 사망 없어…‘위험팔이’에 속지말아야”
20170718

영남일보는 지난 14일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교육과학기술부의 원자력 연구개발사업을 담당하기도 한 정 교수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원자력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며 원자력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 60개 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들이 조직한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에도 이름을 올렸다. 정 교수는 “원자력은 안정적인 전력수급계획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전원”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원전시설 강진 대비해 건설
일본처럼 쓰나미 피해 가능성도 적어
사고 有경험 3國 여전히 원전 가동중
환경운동가 과도한 공포감 조성 우려

탈원전 정책, 일방적 결정 후 공론화
전문가와 소통·협치과정 없어 우려

태양광·풍력 대안맞지만 지형적 한계
원자력 발전단가 태양광 6분의1 수준
안정적 전력수급위해 포기할 수 없어”

▶원자력발전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전력수급계획의 최대 목적은 ‘안정성’이다. 원자력, 석탄, LNG 등 각 전원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게 전력수급계획이다. 에너지원 다변화는 1980년대 초반 에너지정책이 나올 때부터 정해진 기본 구조다. 특정 전원은 좋은 것이고, 또 다른 건 나쁘다는 식으로 여기면 안 되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원자력발전은 여러모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꼭 필요한 전원이다. 먼저 발전단가가 저렴하다. 현재 원자력발전은 ㎾h당 발전단가가 55원밖에 안 된다. 석탄이 70원가량, LNG가 160원이다. 원자력발전보다 싼 발전방식이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에너지 수입에 1천500달러 정도를 쓰는데 우리나라 주요 3개 수출품으로 벌어들이는 금액을 고스란히 에너지 수입에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중 원자력 핵연료를 수입하는 비용은 10억달러밖에 안 된다. 또 원자력발전소는 국산화율이 95% 이상이기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는 돈이 거의 없다. 원자력발전을 준국산에너지라고 부르는 이유다. 원자력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이기도 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려되는 점들이 많다. 먼저 전문가들이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입안한 정책이 아니다. NGO나 환경단체, 일부 이념화된 사람들이 탈원전 정책을 만들고 이행했기 때문에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지금껏 전문가들과의 소통이나 협치도 없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14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중단을 결정했다. 이 결정을 어떻게 바라보나.

“공론화 과정 자체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먼저 논의해야 되는 사안은 탈원전을 할 거냐, 말 거냐라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논의는 일방적으로 선언하다시피 결론지어 버리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해서만 공론화했다. 또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계속 진행하면서 중단 논의를 할 수 있었던 상황인데, 먼저 중단시킨 후에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건설을 중단하자는 쪽의 이야기가 더 쉽게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본다.”

▶원자력발전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안전상의 이유로 꾸준히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원자력과 관련해 가장 많이 지적받는 부분이 위험성이다. 하지만 일부 NGO 등의 과장된 ‘위험팔이’에 국민들이 속고 있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흔히 밖으로 새어나가는 모든 오염물질을 가리켜 환경오염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자연계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자정능력을 무시한 해석이다. 자정능력 이하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환경공학적으로 오염이라고 바라보지 않는다. 자연히 정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환경운동 하는 분들은 이 자정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로써 국민에게 과도한 공포감을 조성해 값싸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외면하도록 만들려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또 전 세계적으로 원전사고를 경험했던 세 나라가 있다. 1979년 미국 TMI 2호기, 1986년 체르노빌 원전 4호기,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이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TMI 2호기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사선으로 사망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체르노빌 사고 때는 초기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관 30명 정도가 사망했고, 어린이 갑상선 환자가 발생했는데 그중 15명이 사망했다. 뒤이어 19명이 더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 이후 통계가 없다. 그 지역에서 암으로 죽은 사람들이 자연히 발생한 암으로 사망했는지 아니면 원전 때문인지가 정확히 확인 안 되는 상황이다. 현재 이들 국가는 사고 이후에도 원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최근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원전에 대해 걱정하는 시·도민들이 늘었다. 원전이 지진에 안전하다고 생각하나. 그 근거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원전은 지금껏 발생한 지진의 세기보다 훨씬 더 강한 진도에 대비해 지어졌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지진 때문에 원전이 고장 나거나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는 걸 알 필요가 있다.

1995년 고베 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물이 무너지고 고속도로가 붕괴되는 등 지역이 초토화됐지만 원전은 멀쩡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도 인근에 있는 오나가와원전은 멀쩡했다. 사실 이 원전은 후쿠시마 지진의 진앙지와 더 가까워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안전하게 정지했다. 당시 후쿠시마 주민들은 오나가와원전 강당에 들어와 3개월 동안 살기도 했다. 다만 문제가 됐던 건 쓰나미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원전이었다. 지진이 나면 ‘쓰나미가 올 수도 있지 않냐’며 걱정하는 국민들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바다가 깊고 일본이 동해안 중간을 막고 있어 쓰나미의 가능성이 적은 걸로 예상된다.”

▶원자력을 대체할 에너지로 신재생에너지가 거론된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는 전원으로서 좋지 않은 측면이 있다. 첫째, 가격이 너무 비싸다. 원자력발전소 발전단가가 ㎾h당 55원일 때, 태양광은 300원 정도다. 또 햇빛과 바람의 변화도 우려된다. 이를 보완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수급하려면 햇빛과 바람이 없을 때를 대비한 예비발전소를 지어야 되는데 2중으로 돈이 들어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독일 등 타국의 사례를 들며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에너지정책은 기본적으로 그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기술에 따라서 달라진다. 미국은 셰일가스가 나오기 때문에 원자력발전보다 저렴한 가스발전을, 그리고 스위스나 이탈리아는 수력발전을 많이 한다. 이처럼 나라의 특성마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모두 다른데 타국의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도 그렇게 해야 된다고 말하는 건 잘못됐다.”

▶일부는 신재생에너지가 향후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확대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기도 하는데.

“먼저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당분간은 원자력보다 더 좋은 에너지원이 나오기 힘들 것이다. 핵융합도 30~40년 걸려야 되고 신재생에너지는 비중이 늘더라도 우리나라의 지형적 환경 때문에 원전을 대체할 만큼 늘어날 수는 없다.

신재생에너지의 가능성만을 보고 전력수급계획을 짤 때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전력수급계획은 당장의 수요와 공급에 맞춰야 되기 때문에 옳은 말이 아니다. 만약 신재생에너지가 향후에 저렴해진다면 그때는 전력수급계획에 포함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은 안정적인 전력수급계획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전원”이라고 말했다.

▨ 정범진 교수는= △1965년생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동대학원 원자핵공학과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국무총리실 원자력이용개발전문위원회 위원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 단장 △산업통상자원부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산정위원회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심의회 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