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성 낮은 방안 전제로 답변 끌어내…여론 호도 우려”

  • 최수경
  • |
  • 입력 2017-07-19 07:16  |  수정 2017-07-19 07:16  |  발행일 2017-07-19 제3면
■ 대구시, 강한 유감 표명

대구시는 18일 ‘대구시민이 통합이전보다 군공항(K2) 단독 경북 이전을 더 선호한다’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공동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매우 불쾌한 심기를 나타냈다. 대구시는 무엇보다 설문 내용 자체가 영남권 신공항 재추진·대구공항 존치 및 군공항 분리 이전 등 실현 가능성이 낮은 방안을 전제로 답변을 유도, 여론을 호도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또 통합공항 이전에 대한 문재인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긍정적 시그널과 사업 진척도 등을 감안하면 소모적 논쟁만 야기할 것이라는 입장도 표했다. 대구시는 통합공항 이전 방침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대구시는 이번 설문조사의 질문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을 전제로 답변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실례로 ‘영남권 신공항 무산 이후 대안으로 가장 적합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4개 선택지 중 ‘대구공항은 남기고, 군공항만 경북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점을 지적했다. 군공항 이전특별법(기부 대 양여)상, 군공항만 이전하면 이전 사업비를 마련해야 할 종전부지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산 영남권 신공항 재추진
軍공항만 경북 분리이전 등
질문·선택지 내용 문제 소지


文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
정치권의 지원 약속에 찬물
소모적인 논쟁만 야기할 것”



‘김해공항 확장에 국고지원이 추진되는 반면, 대구공항 통합이전엔 국고지원 없이 공항 부지를 매각한 비용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고 대구시는 보고 있다.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구 통합공항 이전은 정부가 추진한 영남권 신공항 용역 결과로 확장이 결정된 김해공항과는 직접적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 시민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됐다고 보는 셈이다. 군위군에선 최근 공항 유치에 나선 현직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군공항만 경북에 보낸다는 식으로 질문한 것은 경북지역 여론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대구시는 꼬집었다. 가뜩이나 소음 등에 민감할 수 있는 군공항만 경북으로 이전하자는 것은 이미 예비 이전후보지로 선정된 군위·의성군민을 자극해 자칫 통합이전 자체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조사 결론 부분에 굳이 통합이전을 추진한다면, 광주처럼 민항과 군공항 모두 현 상태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여론이 더 우세하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대구시는 펄쩍 뛰었다. 광주공항의 경우, 무안공항으로 통합이전하려다가 2007년쯤 광주시가 민항은 두고 군공항만 이전하겠다고 주장해 전남도의 강한 반발을 샀고, 그 기운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대구시 안팎에선 근래 청와대와 정치권이 모두 통합공항 이전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사결과가 발표돼 사업 추진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는 반응이다. 그 근거로, 대구시는 새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대구 통합공항 이전을 사실상 새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 통합이전이 결정됐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진행하기로 한 것. 지난 5일 대구를 방문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통합공항 이전사업은 이미 추진중인 계속사업인 만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도 대구시는 내세운다. 지난달 21일 이낙연 국무총리도 대구에서 “전(前) 정부가 결정한 사항이지만 그대로 이행하고, 향후 속도감있게 절차가 진행되도록 국방부 장관에게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수원),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광주)이 군공항이전 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정치 지형도가 형성된 것도 사업추진에 있어 좋은 여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방부는 새 장관의 취임을 기점으로,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20명내외)에 참여할 민간위원을 20일까지 확정해달라는 공문을 대구시·경북도·군위군·의성군에 보낸 상태다. 탄핵정국, 조기대선 과정에서 절차가 6개월이상 지체된 점을 감안, 뒤늦게나마 속도를 내려 애쓰는 모양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 여론조사는 대구 동구의 소음문제와 대구 전체 장기발전계획이 무시됐다”며 “시는 앞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시민의견을 수렴한 뒤 통합이전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기부 대 양여방식 재원조달내용에 대해 대구시민 70%가 모르고, 통합이전계획 자체에 대해서도 10명 가운데 4명꼴은 알지 못한다는 조사결과에 대해선 사업 초기부터 시민의견수렴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대구시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최수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