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40% “통합공항 이전 모른다”…市, 의견수렴 과정 부재 드러나

  • 김형엽,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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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9 07:18  |  수정 2017-07-19 07:19  |  발행일 2017-07-19 제3면
시민단체‘대구공항통합이전’여론조사 파장
20170719
18일 대구YMCA청소년회관에서 열린 ‘대구공항이전에 관한 대구시민 여론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를 공동으로 의뢰한 시민단체 대표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YMCA 등 13개 시민단체의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6월 영남권 신공항 무산 이후 대구시가 추진 중인 대구공항 통합이전에 대한 지역의 여론은 찬성보다 반대가 높았다. 이들 시민단체는 18일 중구 대구YMCA 청소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공항 재추진 및 분리 이전, 통합이전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은 질문에선 K2 군공항만 이전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통합이전 찬·반만을 묻는 질문에선 팽팽하게 맞섰다. 통합이전 계획 자체에 대해 알고 있는 대구시민은 10명 중 6명으로 적었으며, 비용 조달 등에 대해선 다수가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여론 수렴이나 정책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공항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무산된 데 따른 향후 가장 적합한 대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9%는 ‘대구공항은 남겨두고 K2군공항만 경북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영남권 신공항 재추진’(21.5%),‘대구공항 통합이전’(18.6%),‘잘 모르겠다’(10.9%) 순이다.

즉 대구시민 10명 중 5명은 K2군공항의 이전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지만, 도심 속 공항인 대구공항이 함께 옮겨지는 데 대해선 이견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공항 소음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는 동·수성구에서 과반의 응답자가 대구공항은 존치해야 한다고 답해 통합이전에 대한 대구시의 여론 수렴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하다.


70% “비용조달 방식 몰라” 응답
찬성 이유 “지역개발 도움” 68%
반대 이유 “공항이용 불편” 66%



대구공항 통합이전만 놓고 봤을 땐 근소하지만 반대(반대 42.2%·찬성 41%·잘 모르겠음 16.8%)가 높았다.

통합이전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급증하고 있는 공항수요(공항이용 불편 65.7%)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공항은 LCC(저가항공) 노선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연간 이용객 300만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통합이전 이후 시간과 비용을 들여 타 지역으로 가기보다는 근거리에 있는 도심 속 공항 유지를 더 선호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통합 이전에 반대하는 응답자 중 80.6%가 가장 적합한 이전 형태로 ‘대구공항 존치 및 K2군공항 이전’을 꼽았으며, 12.3%는 ‘존치를 전제로 K2 군공항의 역할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통합이전에 찬성하는 주된 이유는 ‘공항으로 인한 개발제한지역이 발생(지역개발 도움 67.6%)하기 때문’이었고, 소음 문제는 22%, 기타 10.4%였다. 즉 공항이 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 등의 문제보다는 개발제한지역으로 인한 도심 개발의 한계에 더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대구시의 시민의견 수렴 과정 부재’였다. 보고서는 여론조사 배경에 대해 대구시의 정치력·여론수렴 과정 부재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신공항 건설 백지화에 따른 시민들의 상실감과 허탈감에 대한 반대급부를 치유할 아무런 지원 없이 통합이전을 추진했으며, 중앙정부의 대구공항 통합이전 발표 후 시민들의 의견청취에 대한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환영 발표’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구공항과 K2 군공항을 함께 통합이전하려는 계획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60.8%에 그쳤기 때문이다. 공항 통합이전이라는 지역의 중요한 정책이 발표된 후 1년여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모르고 있는 사람이 40%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통합이전 비용이 국고지원 없이 공항 부지 매각을 통해 충당(기부 대 양여)되는 것에 대해서도 70.3%가 모르고 있다고 응답했다.

결국 대구시는 50여년 동안 대구 도심에 자리 잡은 공항을 이전하는 결정에 시민의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으며, 정책에 대한 설명 또한 부족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위현복 <사>한국기적의역사연구소 이사장은 “객관성 있는 여론조사를 위해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준비했다. 추가적 여론조사·학술적 분석 등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의 확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엽기자 khy04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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