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에 하와이 독립문화원 매각…韓人 역사적 공간들 점차 사라져

  • 최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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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8   |  발행일 2017-08-08 제6면   |  수정 2017-08-08 07:23
무명애국지사추모비 자취 감춰
대한인동지회관도 대학에 팔려
日기업에 하와이 독립문화원 매각…韓人 역사적 공간들 점차 사라져
하와이 독립문화원 무명애국지사추모비가 있던 자리. 비석은 사라졌고 제단에는 썩은 과일과 천으로 꼰 줄만 남아있다.

미국 내 한인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하와이 호놀룰루 루크애비뉴 2756. 이곳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와이 독립문화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초기 이민사, 독립운동사와 관련된 각종 유물, 사진 등이 전시돼 있던 이곳은 지난해 한 일본계 기업에 매각됐다. 지난 5월30일 찾았을 때는 새 주인을 맞을 정비작업이 한창이었다. 그 사이 앞뜰에 놓여있던 무명애국지사추모비는 자취를 감췄다. 추모비가 놓여있어야 할 곳은 텅 비어 있었고 제단에는 썩은 과일과 천으로 꼰 줄만 있었다.

LA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사적지인 대한인동지회관도 2013년 한 대학에 팔려 기숙사로 바뀌었다. 당시 미주 한인단체들이 기금 모금에 나서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각 국의 사탕수수 이민자들의 생활양식을 재연해 놓은 하와이의 와이파후 플랜테이션빌리지 역시 한인들의 관심을 못 받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23년째 한국이민관 안내를 맡고 있는 토니 리 관장은 “한국인 관광객은 물론 교민 중에서도 이곳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일본인들은 하와이에 오면 무조건 여기에 온다. 일본 관광회사들이 직접 일본어 설명을 만들어 붙일 정도”라고 말했다.

박봉룡 하와이한인회 회장은 “하와이 바닥에 태극기 하나 걸려 있지 않다. 역사는 한번 잊거나 잃어버리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건데 사람들이 너무 무관심하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글·사진=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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