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파리만이 사는 길” 佛 초강경 지방분산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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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5   |  발행일 2017-08-25 제1면   |  수정 2017-08-25

“이 정책에 반대하는 당신들은 전체 국민이 볼 때는 한줌밖에 되지 않는다. 도대체 파리 사람들의 몫이 처음부터 따로 정해져 있느냐.”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미셀 샤라스 당시 프랑스 예산담당 국무장관은 정부의 공공기관·교육기관 지방분산 정책에 반대하는 파리 시민들을 향해 이 같이 일갈했다.

당시 프랑스 정부가 수도권 집중 억제 및 지방분권 확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프랑스 사회는 지역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파리 및 수도권에서는 반대 시위가 잇따랐고, 지방으로 이주해야 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불만은 컸다. 하지만 살 길을 찾은 지방에선 환영 일색이었다.

이에 프랑스는 반대 목소리를 논리로 돌파하고, 공공기관·교육기관 지방분산 정책을 꾸준히 추진했다. 또 지방분권 확대와 강화를 위해 2003년에는 ‘지방분권형 개헌’도 단행했다. 세련되고 낭만적인 이미지를 가진 프랑스도 표면적 이미지 이면에 극심한 수도권 집중과 경제불황으로 오랫동안 속앓이를 해왔다. 과거 프랑스 지방도시 주민들은 “지방은 파리의 골목 하나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모든 게 파리에 몰려있고, 지방은 소외된 탓이었다. 프랑스도 한때 ‘사는 곳이 계급인 나라’였다.

프랑스의 과거는 마치 우리나라의 현재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프랑스의 현재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 수십 년간 꾸준히 추진된 공공기관·교육기관 지방분산 정책과 2003년 지방분권형 개헌 이후 조금씩 수도권 초집중사회를 탈피해 나가고 있다.

프랑스의 ‘지방살리기 프로젝트’는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양날개가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을 서로 상충하는 ‘딜레마’로 보지 않고, 각각을 충실히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분산 정책이 지방살리기 프로젝트의 ‘하드웨어’를 담당했다면, 지방분권은 ‘소프트웨어’ 역할을 했다.

물론 단방제(單邦制) 국가인 프랑스는 연방제 국가인 독일에 비해 지방분권의 역사가 길지는 않아 ‘교과서’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선 학자 간 이견이 있다. 그러나 파리(중앙) 엘리트들의 반대와 방해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확고한 논리로 꾸준히 지방 관련 정책을 추진해왔고, 이러한 점에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것들이 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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