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어의 모든 것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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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8   |  발행일 2017-09-08 제34면   |  수정 2017-09-08
아가미 부근 세로줄의 북방식과 달리
순천만엔 에메랄드빛 점 박힌 남방식
미끼 없이 빈 바늘로 낚는 ‘훌치기낚시’
짱뚱어의 모든 것
에메랄드빛 점이 인상적인 짱뚱어. 망둥어와 달리 물기가 많은 갯벌에 서식한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무진교 근처에 몇 개의 짱뚱어탕집이 오종종하게 모여 있었다. 대대선창, 갯마을, 강변장어 등 4군데였다. 생태공원이 조성되면서 집단이주가 시작된다. 10년전 두 곳(강변장어와 대대선창)만 현재 자리로 이주해 왔다. 이어 갈대촌, 들마루, 순천만가든, 순천만일번가, 향미정 등이 가세한다. 단숨에 전국적 짱뚱어거리로 발전했다. 현재 짱뚱어 취급 업소는 꼬막정식집까지 포함하면 무려 32군데나 된다.

짱뚱어거리로 변한 순천만 초입의 대대동. 나중에 매립되면서 형성된 신도시다. 지금은 펜션이 들어서는 등 관광타운으로 발전 중인데 예전에는 갯벌이었다. 특히 무진교 근처는 갯일하러 나가는 포구, ‘대대선창’으로 불렸다. 사라호 등 태풍이 몰려들면 성난 바닷물은 이 선창을 집어삼키고 순천 안까지 연결된 수로를 타고 현재 순천여성회관 근처까지 쳐들어왔다.

바다메기 같이 생긴 짱뚱어는 어정쩡한 어종이다. 바다에도 육지에도 민물에도 살지 못한다. 생선도 고기도 아니다.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몸 전체에 에메랄드빛이 점점이 박힌 건 ‘남방식’, 아가미 부근에 세로줄이 난 건 ‘북방식’. 순천만 짱뚱어는 남방식이다.

이 놈은 망둥어와 비슷하다. 툭 튀어나온 눈에 지느러미를 팔처럼 움직이며 뛰어다니는 생김새는 비슷하다. 그러나 짱뚱어의 등지느러미에는 파란색 점이 박혀 있어 밋밋한 망둥어에 비해 화려하다. 망둥어가 주로 물이 적은 갯벌에 사는 반면 짱뚱어는 물이 고여 있거나 습기가 많은 갯벌에 산다. 짱뚱어와 망둥어 모두 공통적으로 배지느러미가 붙어 흡반이 되었다. 이 흡반을 이용해 기어 다닌다. 심지어 목도리도마뱀처럼 잠시 날기도 한다. 예전엔 돼지조차 주둥이로 밀어내던 그 짱뚱어, 지금은 수량이 급감해 귀한 몸이다. 한 마리에 1천500~2천원.

짱뚱어는 맨손으로는 절대 잡지 못한다. 너무 잽싸다. 예전에는 호박꽃을 이용해 잡았다. 껍질 벗긴 대마 줄기에 타래실을 매달고 그 끝에 호박꽃을 달아 갯벌에 두면 요놈들이 그걸 무는 모양이다. 맨손에 올린 수초를 이용해 잡는 울릉도 손꽁치와 다를 바가 없다. 대마초가 금지되면서, 80년대로 접어들어 대마 낚싯대도 사라진다. 이젠 긴 대나무 끝에 낚싯줄을 매달고 그 끝에 4중 갈고리 같은 바늘을 달아 사용한다. 일명 ‘훌치기낚시’. 미끼도 필요없다. 그냥 계속해 훌치면 된다. 그럼 재수없는 놈이 걸려든다. 일이 고될 수밖에 없다. 최근 맨손으로 짱뚱어를 잡는 보성군 벌교읍 이홍엽 할매가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일반인은 언감생심. 짱뚱어 잡이는 ‘맨손어업’으로 분류돼 있다. 현재 순천에는 362명이 등록돼 있고 순천의 대표적 짱뚱어마을인 화포마을에는 25명이 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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