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 ‘대구 새 백년기업의 꿈’ 가업승계 소상공인 뛴다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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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9 07:26  |  수정 2017-09-09 07:58  |  발행일 2017-09-09 제1면
가업상속 곱지 않은 시선 뚫고
소상공 경쟁력 강화 ‘의기투합’
IT기술 접목 판로 다양화 눈길

2014년 5월, 부산 삼진어묵이 업계 최초로 부산 영도에 베이커리형 판매장과 전시체험관을 열었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 앞에서 고객들은 크로켓, 꼬치 형태로 예쁘게 진열된 어묵들을 직접 골라담았다. 공장에서 포장 상태로 판매돼 반찬용, 간식용으로만 여겨졌던 어묵의 놀라운 변신이었다.

이같은 변화는 2011년 말 미국 공인회계사 출신인 박용준 기획실장이 사업에 가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박재덕 창업자의 아들인 2대 박종수 대표에 이어 3대째 가업을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의 품질 신뢰도에, 개성있고 깔끔한 포장 등 젊은 아이디어가 더해지자 다양한 연령대에서 호응이 쏟아졌다. 2012년 40여억원이었던 매출은 2015년 500여억원으로 12배 이상 뛰었다.

8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아직까지 이같은 국내 소상공인 전체 가업승계 사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2015년 실태조사를 통해 집계된 전통시장 내 가업승계율은 4.9%로 매우 낮은 편이다. 현재 운영 중인 점포를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이들도 5.3% 수준에 불과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경영이 어려워지거나, 먹고살 길이 다양해져서 또는 취업난에 밀려 부모의 일을 물려받았다는 곱지 않은 시선 등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자랑스럽게 가업을 이어나가는 이들이 있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지역 경제의 풀뿌리인 소상공인들이 중심이 되어 백년기업을 꿈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대구 소상공인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모임을 결성하는가 하면, 자신이 전공한 IT기술을 살려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는 등 젊은 청년의 사례도 눈길을 끈다.

장흥섭 경북대 교수(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원장)는 “선진국 장인정신의 초석이 된 가업승계 방식이 대구에서도 실현되고 있는 움직임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고령화로 인해 쇠퇴하고 있는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사업의 영속성을 높임으로써 탄탄한 지역 경제의 근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대·3대 가업승계인들이 현재의 사업에서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지원금 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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