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체성과 직결”…지자체, 문화재 되찾기 중요성 인식 시급

  • 최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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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5   |  발행일 2017-09-15 제5면   |  수정 2017-09-15
이젠 문화재 자치시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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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감산사. 국보 제81호 석조미륵보살입상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가 있는 탓에 절에는 사진만 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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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석불좌상이 애초 위치해 있었던 자리로 추정되는 이거사 터. 한편에는 이거사지 삼층석탑이 무너진 채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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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야외에 전시중인 김천 갈항사지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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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대가야국성지비. 당초 일제가 세운 ‘임나대가야국성지비’는 천안 독립기념관에 가 있어 고령군은 1990년 새 비석을 세웠다.

대구·경북은 ‘문화유산의 보고’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정등록문화재의 17.6%(2016년 기준)가 대구·경북에 있다. 문화재 관련 이슈가 대구·경북 지역민에게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특히 최근 경주 석불좌상의 반환이 가시화되면서 지역문화재의 반환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고향땅을 떠나 타지에 터를 잡은 지역의 유산들. 이들은 과연 고향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영남일보는 총 세 차례에 걸쳐 지역문화재 반환을 둘러싼 논의를 살펴본다.

◆지역 떠난 문화재, 빈 자리만 남았다

청와대 대통령 관저 뒤편에 있다고 알려진 경주 석불좌상을 비롯해 여전히 많은 지역 문화재들이 고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주 외동읍 감산사에는 국보 제81호 석조미륵보살입상과 국보 제82호 석조아미타여래입상이 있었다. 1915년 조선총독부는 조선물산공진회를 열면서 감산사에 있던 대칭적인 모양의 불상 두 개를 가져가 행사장 입구 좌우에 세웠다. 경주 남산 삼릉계에서는 석조약사여래좌상도 가져갔다. 이를 계기로 세 불상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져 현재까지 전시돼 오고 있다.

김천 남면 오봉리 금오산 자락에 위치한 갈항사 터. 이곳에 있었던 국보 제99호 동·서 삼층석탑은 1916년 일본인들이 불법 반출하려고 인천으로 가져갔다가 발각된 뒤 서울총독부박물관으로 이전됐다. 그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져 지금까지 야외에서 전시되고 있다. 김천시는 2003년 삼층석탑 되찾기운동을 벌였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의 반대로 반환받지 못했다.


靑 석불좌상 계기 관심 높아져
일제시대 지방 떠난 문화재 등
오랜기간 법령 따라 국고 편입
제자리찾기운동 본격화됐지만
사후보존 우려에 실현 어려워



1770년 대구 경상감영지 선화당 앞에 있었던 측우대 역시 제 고향을 못 찾고 있다. 1910년 사료에 따르면 경상북도관찰사 박중양이 대한제국 시절 인천관측소 소장 와다 유지에게 선물해 옮겨진 걸로 확인된다. 6·25 중 측우기는 분실됐고 측우대만 남은 상태로 1950년 서울국립기상대로 옮겨졌다. 현재 경상감영 선화당 앞에 있는 건 모조품이다.

문화재는 아니지만 지역의 의미있는 유물이 타 지역으로 흘러간 사례도 있다. 일제는 1939년 고령군 대가야읍 연조리 고령향교 옆에 한국침략 정당화를 위해 ‘임나대가야국성지’를 새긴 비석을 세웠다. 1986년 천안 독립기념관은 건립을 추진하면서 전시자료로 삼겠다며 비석을 가져갔다. 고령군은 진품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1990년 ‘대가야국성지비’를 새로 제작해 세웠다.

◆과거 지역문화재 발굴되면 ‘국고’

오랜 기간 지역의 발굴 문화재들은 관련 법령에 따라 국고로 편입돼 왔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정부는 2000년대 중반까지 출토 문화재에 대한 지역의 귀속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과거 지자체의 문화재 소유권이 미약하던 시기에 문화재는 발굴과 동시에 국립·사립박물관, 대학 등 여러 지역으로 나뉘어 보관된 것이다. 이후 법령이 개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는 국립박물관으로 가던 지역 내 출토 유물을 지역 박물관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더 과거로 간다면 위 사례들처럼 일제강점기에 위치를 옮긴 문화재들도 많다. 주로 일본인의 고의에 의해 옮겨지거나 그들을 추종하는 한국인에 의해 지역을 떠나게 된 경우다.

지역 시민단체, 지자체 등은 지역문화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문화재 제자리찾기 운동을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문화재를 원위치로 옮기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했지만 사후의 보관·관리에 있어 우려를 나타냈다.

고령군 정동락 학예담당계장은 “지역 정체성, 역사 등을 고려했을 때 당위적으로는 가져와야 된다. 하지만 전제는 지역이 문화재를 보존·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을 때다. 옮기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국 최고 수준 대구·경북 문화유산

한편 대구·경북지역의 문화재는 그 수로 따졌을 때 전국 최고 수준이다.

문화재청의 지정등록문화재 현황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대구·경북의 지정문화재는 모두 2천279건이다.

대구의 지정등록문화재는 260개로, 특별·광역시 중 서울(1천712개), 부산(441개), 인천(262개)의 뒤를 이었다. 대구는 1601년 경상도의 행정, 사법, 군무를 통괄하는 지방관청격의 경상감영이 세워져 영남의 중심지 노릇을 했다.

경북의 지정문화재는 총 2천19개인데, 전국 지자체 단위 중 가장 많다. 전국 지정문화재 규모(1만2천953개)의 15.6%에 달한다.

이성규 경북문화재연구원장은 “경북은 신라·가야·유교 3대 문화권의 발상지로서 관련 문화재들이 다수 있다. 문화재 집약 지역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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