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도 배운대로 세상을 본다”…예절교육 필수

  • 김형엽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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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9   |  발행일 2017-11-09 제27면   |  수정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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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윤 매너독 반려견학교 훈련소장이 반려견에 대한 기본 예절교육인 기초동작 훈련을 보여주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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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구 수성구에 사는 김유정씨(여·45)는 반려견 쿠키(웰시코기·4)와 함께 동구에 위치한 매너독 반려견학교를 찾았다. 산책 때 다른 개들을 만나면 지나치게 흥분, 큰소리로 짖는 모습을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더이상 방치하다간 나와 반려견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위협이 될 것 같았다”며 “반려견을 훈련할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인터넷 검색과 지인들에게 수소문해 찾아왔다”고 했다.

이덕윤 매너독 반려견학교 훈련소장이 쿠키에게 내린 진단은 ‘주인에 대한 과잉보호’였다. 이 소장은 “주인과 함께 있는 영역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개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행동”이라며 “적절한 행동 교정 없이 산책을 다니면서 사람과 개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쿠키는 이 소장의 행동진단과 처방에 따라 주 1회씩 3개월간 집중 교육을 받았다. 교육 이후 쿠키의 상태는 몰라보게 완화됐다. 지난 3일 만난 쿠키는 주인과 1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있었지만 짖거나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꼬리를 흔들며 친근함을 표시했다.

이처럼 쿠기 상태가 나아진 뒤에도 김씨는 꾸준히 반려견학교를 찾고 있다. 보호자의 관심도가 떨어지면 반려견의 행동도 이전처럼 변하기 때문이다.


낯선 환경은 스트레스로 작용
흥분하거나 짖거나 이상 행동
인간 사회에 적응 훈련 필요
보호자도 지속적 관심 가져야

생후 3개월부터 교육이 적절
시기 놓쳤다고 방치해선 안돼


김씨는 “집중교육 이후 쿠키의 행동은 몰라볼 정도로 바뀌었지만, 제가 방심하는 순간 예전의 좋지 않은 행동들을 반복한다”며 “결국 반려견을 길들이기 위해선 주인이 먼저 바뀌어야 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이제 반려견에 대한 ‘예절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반려견도 인간 사회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려견이 접하는 모든 상황들은 낯설 수밖에 없고, 그들이 접하는 경험들은 하나하나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이는 결국 호기심보다는 경계의 대상이 되고, 이상 행동을 보이는 원인이 된다.

이 소장은 테이블교육·기초동작·자극둔감화 등 세가지를 가장 기본적인 예절교육으로 꼽았다. 테이블교육은 병원 진료·미용 등을 경험하게 될 반려견들이 낯선 사람의 손길을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기초동작 훈련은 앉아·엎드려·기다려·이리와 등의 행동과 산책 교육을 병행해 주인과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한다. 자극둔감화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자극을 통해 좋은 기억을 심어주고, 주변에 대한 경계심이 건강한 호기심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어린시절을 어미와 형제들과 함께 자란 반려견은 비교적 사회화가 잘 되지만, 그렇지 못한 개들은 주인의 교육이 필요하다”며 “생후 3개월부터 교육을 하면 좋지만,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이 소장은 인터넷이나 책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무작정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려견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적용해야 할 교육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잘못된 훈련을 반복한다면 자칫 다른 이상 행동을 보이거나 상태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끝으로 이 소장은 반려견 교육에 대한 투자를 꺼려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반려견학교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견주들이 우리 강아지는 괜찮다고 생각했다가 사고가 발생해 찾는 경우”라며 “교육을 통해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터득한 반려견과 그렇지 못한 반려견이 바라보는 세상은 천지차이다. 반려견들이 좀 더 편하게 세상과 소통하고, 불미스러운 사고를 막기 위해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김형엽기자 khy04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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