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도 아는 만큼 잘 키운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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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4   |  발행일 2017-11-24 제34면   |  수정 2017-11-24
뿌리에 수액 내려간 초겨울에 옮겨야
조림 성공확률 높이려면 서리 내린후

매년 12월1일부터 2개월은 산한기(山閑期), 나머지 달은 매일 산에 출근도장을 찍어야 된다. 나무를 이식할 경우 봄에 하면 안된다. 두 번째 서리가 오고 난 직후 나무를 옮겨야 된다. 그래야 안 죽는다. 초겨울에 수액이 거의 뿌리로 내려가 있고 그때 옮겨야 고사하지 않는다.

나무도 양수와 음수가 있다. 다른 지역에 잘 된다고 우리 지역에 잘 된다는 보장은 희박하다. 편백나무도 그랬다. 어릴 때는 북향을 좋아하는 음수지만 성장하면서 양수로 변한다. 이걸 몰라 조림에 많이 실패했다. 조림시기는 봄보다 가을이 더 좋다. 봄에는 물을 줘야 활착이 빠르나 가뭄에도 대비해야 한다. 가을 서리가 내릴 때 조림은 물을 안고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다. 큰 나무는 미리 구덩이를 파놓고 낙엽이나 부엽토를 넣은 다음 식재해야 한다.

얼마 전에는 호두나무 30본을 심었다. 이것도 요령이 있다. 절대 밀식시키면 안 된다. 나무도 자기 활동권역이 있다. 그 권역이 중첩되면 생육에 지장을 초래한다. 10m 간격이 적당하다. 뿌리를 내릴 때 너무 깊어도 너무 얕게 파도 안 된다. 호두나무의 경우 1m 정도는 파야 안정적이다.

그런데 산지관리법 14조에 따르면 50㎝ 이상 파면 처벌을 받게 돼 있다. 특히 옮겨심기 후 가지치기가 중요하다. 식재 후 2~3년간 지속적으로 가지를 쳐줘야 나무가 곧게 자란다. 그런데 정부의 시책은 나무 아래 풀베기에 치중하도록 하고 정작 중요한 가지치기는 표시가 덜 나기 때문에 외면하도록 유도한다. 치산을 하려면 간벌 이전에 제대로 된 가지치기가 정말 중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과 현실의 틈, 산주는 그 위에서 줄타기를 해야 된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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