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호원, 우리 기자 집단 폭행…“韓 자체행사서 벌어진 일” 中 발뺌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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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5 07:23  |  수정 2017-12-15 07:23  |  발행일 2017-12-15 제5면
■ 文 대통령 국빈방문행사서 불상사
행사후 이동과정서 출입제지로 시비
10여명 갑자기 몰려들어 무차별 구타
청와대 직원 제지에도 아랑곳 않아
정부 中 공안에 정식으로 수사의뢰
중국 경호원, 우리 기자 집단 폭행…“韓 자체행사서 벌어진 일” 中 발뺌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를 취재하던 한국의 한 사진기자가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중국 측 경호 관계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해 쓰러져 있다.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스타트업관 이동 중에 폭행당했다. 연합뉴스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한 한국 취재진이 14일 중국 경호원에 의해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중국 베이징 시내 국가회의중심(센터)에서 열린 한·중 경제 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문 대통령을 취재하던 한국일보와 매일경제 사진기자 2명이 중국 경호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현장 취재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연설과 타징 행사를 마친 뒤 식장에서 나와 중앙복도로 이동했고, 사진기자들은 문 대통령을 따라 나오려고 했으나 중국 측 경호원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출입을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일보 사진기자가 항의하자, 중국 경호원이 이 기자의 멱살을 잡고 뒤로 강하게 넘어뜨렸다. 이 기자는 바닥에 쓰러진 충격으로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함께 있던 연합뉴스 사진기자가 이 같은 상황을 촬영하려고 하자, 중국 경호원들은 카메라를 빼앗아 던져버리려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국내 기업부스가 있는 맞은편 스타트업 홀로 이동하자 사진기자들이 홀에 들어가려고 시도했으나 중국 측 경호원들은 이를 다시 막았다.

사진기자들은 취재비표를 거듭 보여줬음에도 경호원들이 출입을 막자 이에 강력히 항의했고, 그 과정에서 매경 사진기자가 중국 경호원들과 시비가 붙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중국 경호원 10여명이 갑자기 몰려들어 이 기자를 복도로 끌고 나간 뒤 주먹질을 하는 등 집단적으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기자가 땅에 엎어져 있는 상황에서 발로 얼굴을 강타하기까지 했다. 폭행당한 사진기자 두 명은 베이징 시내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사진기자들과 함께 있던 취재기자와 청와대 직원들이 이를 제지하려고 했으나 중국 측 경호원들이 완력으로 밀어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안보실장과 정책실장, 경호처장이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며 “이번 폭력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중국 측에 외교 라인을 통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신속한 진상 파악과 책임자 규명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날 중국 측 가해자들의 신분이 중국 공안(公安·경찰)인지,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을 주최한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측이 고용한 사설 보안업체의 중국 직원들인지 아직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보안업체 직원이라 해도 전직 공안이거나 공안 요원들이 상당수 섞여 있고, 지휘 책임 역시 공안에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책임은 크게 남는다. 그런데도 중국 외교부에선 일단 “한국 측이 주최한 자체 행사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책임 소재가 중국에 있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경호본부에선 이날 폭행 사건 현장에서 우리 청와대 경호팀이 기자단을 보호하지 못한 데 대해 “경호처는 대통령 중심으로 이동을 했고, 밖에서 (기자단과 중국 경호원들 간에) 벌어진 일을 늦게 인지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에) 계속 기자단 보호 협조를 요청했는데도 중국이 기자단 통제에 있어 타 국가와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오늘 같은 사태가 발생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외교부를 통해 중국 공안에 정식으로 수사의뢰 했다. 청와대는 폭행 현장에서 채증한 동영상과 사진을 공안에 증거물로 제출했으며, 중국 공안은 곧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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