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해외방문 경제인단서 제외…정부 사임 압박설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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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9 07:14  |  수정 2018-04-19 07:14  |  발행일 2018-04-19 제3면
■ 권오준 전격 퇴진 배경은?
자원개발 檢수사 가능성에 부담
최순실 연루 의혹도 영향 끼친듯

임기 2년을 남겨 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 회장은 2014년 3월 박근혜정부 때 제8대 포스코 회장으로 선임됐지만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사퇴설이 꾸준히 나돌았다. 하지만 올해 3월 열린 주총과 지난달 31일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까지 회장직을 수행하는 등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2020년 3월까지 임기를 채울 듯했던 권 회장이 이날 전격 사임을 결정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권 회장은 이날 이사진에게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상당해 휴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포스코 안팎에선 이같은 이유보다는 정부 차원의 압박 때문에 중도하차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권 회장은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 첫 방미 경제인단에서 제외되면서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포스코 회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한 전례를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권 회장은 경제인단 구성을 조율한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요 경제단체로부터 추천 받은 명단엔 있었지만, 다른 대기업에 비해 미국 사업실적이나 투자계획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심의 단계에서 빠졌다.

그러나 포스코는 미국에서 활발한 사업활동을 하고 있고,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수출 어려움 등 여러 현안이 있어 배제 이유가 충분히 납득되지 않았다. 이후 권 회장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의 호프 미팅에 초청되면서 사퇴설이 가라앉는 듯했으나 같은해 11월 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와 12월 중국 방문에서도 제외됐다.

최근엔 권 회장이 추진한 포스코 자원개발 사업에 이명박정부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권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최순실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이미 수사를 받은 적이 있는 권 회장이 추가 수사에 대한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앞서 최순실씨에 대한 특검 수사 과정에선 청와대가 권 회장을 포스코 수장으로 낙점하고 이를 빌미로 포스코의 광고계열사인 포레카 지분 강탈 등 최씨의 이권 챙기기를 돕거나 묵인하게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시민단체는 최씨가 포스코 인사에 영향을 미친 의혹을 철저히 밝혀달라며 지난해 12월 최씨와 권 회장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권 회장과 함께 사퇴설이 제기됐던 황창규 KT 회장이 회사 임원들이 국회의원들을 불법 후원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이 역대 회장들처럼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이 가슴 아픈 현실”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교체되는 잔혹사가 언제쯤 중단될지, 마음이 착잡할 뿐”이라고 말했다.

포항=마창성기자 mcs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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