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운명의 날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12일 열린다. 세기의 비핵화 담판에 기대감이 높지만 단 한 차례의 회담으로 구체적 결과물이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오찬 회담에서 “우리는 내일 아주 흥미로운 회담을 하게 된다. 아주 잘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오늘 아침 북한과의 협상을 포함해 지금까지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회의를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우리 팀은 내일 정상회담을 고대한다. 내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 잘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북측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다”며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북한 매체가 자국 최고 지도자의 ‘미래 동선’을 보도한 것은 ‘평양을 비워도 문제가 없다’는 김 위원장의 권력 장악에 대한 자신감과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북한의 ‘CVIG’(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안전보장)란 양측의 입장이 단 한 차례의 회담으로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두 정상이 큰 물꼬를 튼 연 후에도 완전한 해결에는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알 수 없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며 “북핵 문제와 적대관계 청산을 북미 간 대화에만 기댈 수 없다”며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약 4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방안을 논의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협상 전 논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싱가포르 회담 직후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한국으로 보내 회담 결과를 자세히 설명하고, 앞으로 회담 결과를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가기 위한 한미 간 공조 방안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과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도 나왔음을 밝혔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