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김정은 中전용기 빌려 탄 사실 솔직 공개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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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2   |  발행일 2018-06-12 제4면   |  수정 2018-06-12
北中관계 여전히 건재 과시 의도
20180612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소식을 1면과 2면에 걸쳐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관영매체들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방문을 위해 중국 고위급의 전용기를 이용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했다. 자력갱생을 외쳐온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타국 항공기를 이용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떠난 사실을 주민들에게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등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조미(북미)수뇌상봉과 회담이 개최되는 싱가포르를 방문하시기 위해 10일 오전 중국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하시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전용기인 ‘참매 1호’를 놔두고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CA)이 제공한 보잉 747기를 이용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1·2면에 걸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출발과 싱가포르 도착 직후 리셴룽 총리의 영접을 받는 등의 장면을 담은 컬러사진 16장을 게재한 가운데, 김 위원장 뒤로 ‘에어 차이나(AIR CHINA)’란 글씨가 선명히 새겨진 전용기가 노출됐다.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중국 전용기를 이용한 사실을 알린 것은 파격이다. ‘자주, 자립, 자위의 사회주의 강국’ ‘강성대국’ ‘자력갱생’ 등을 외쳐온 북한 최고지도자가 타국 국적기를 이용한 것은 주민들에게 체면이 안 서는 행위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합리적인 리더 스타일로 (비행기 이용에 따른)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참모들의 조언을 들은 것”이라며 “회담을 앞두고 우방인 중국의 적극적 지지와 협력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실리를 추구하는 동시에 북중 관계가 여전히 건재함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홍콩 빈과일보는 11일 “김정은 위원장이 이용한 중국 전용기는 중국 리커창 총리의 전용기”라며 “김 위원장이 지난달 7∼8일 중국 다롄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당시 싱가포르 방문을 위한 전용기 임차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보도를 자제하던 북한이 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대대적인 보도를 한 것에 대해 외신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노동신문은 1면과 2면에 걸쳐 김 위원장의 평양 출발, 싱가포르 도착,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담 등을 보도했으며, 6면에는 개인필명의 정세 논설을 실었다. 조선중앙TV도 이날 오전 첫 뉴스 방송에서 이 내용을 톱 및 유일한 기사로 다뤘다.

평양 주민들은 노동신문을 읽으려고 지하철역 신문 게시판으로 몰려들었으며, 주요 기차역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도착 장면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AP통신이 평양발(發)로 보도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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