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정씨 |
하루 종일 종종거리다 퇴근길 운전대를 잡으면 눈앞에 보름달 같은 딸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어서 목소리도 들려온다. “엄마 엄마, 아빠는 아빠는?”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딸아이의 얼굴과 목소리가 운전대 위로 동동 떠다니는 이 시간, 이것만으로도 행복하기 이를 데 없는 퇴근길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제9회 주부수필공모전의 수상 소식이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소식이었는데 이 순간을 마주한 지금, 아이처럼 감탄사부터 절로 나온다. “우와~”
이 기쁜 소식을 누구에게 전할까. 떠오르는 얼굴들이 많았다. 남편에 엄마에 친구들까지, 모두 내 일처럼 기뻐해 줄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나 나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버지는 딱 지금의 내 나이에 어린 남매를 두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났다. 아버지와 내가 함께한 시간은 13년이 전부다. 하지만 내게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음으로 더욱 뼈저리게 존재하는 사람이 되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도, 고된 하루의 끝에도, 가장 기쁜 날에도, 가장 슬프던 그날에도 아버지는 늘 나와 함께했다. 오랜 투병생활 중에도 자식을 사랑해 단 하루를 더 살고자 노력했던 아버지에게 가장 먼저 이 행복한 소식을 전한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오직 삶으로만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아버지를 생각하며 딸아이에게 달려가는 지금 이 순간, 이 행복을 선물해 준 달서구청과 영남일보에 진심어린 감사를 전한다. 부족한 내 글에 묻어 있는 늦깎이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준 심사위원들께도 감사드린다.
오늘은 딸아이에게 동화책 ‘뭘 그릴까’를 읽어줄 차례다. 동화책의 마지막은 “활짝 핀 꽃을 그렸어요. 어떻게 될까요?”이지만 우리는 늘 이렇게 바꾸어서 읽는다. “활짝 핀 꽃을 그렸어요. 어떻게 될까요? 승유가 되었어요”라고 하며 아이 얼굴에 꽃받침을 만들어 주면 딸아이는 미소천사로 변신한다. 지금 나는 세상 가장 활짝 핀 꽃을 만나러 간다. 승유한테만 부는 엄마 바람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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