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벌룬만 띄워놓고…” 영천 주민들 큰 배신감

  • 유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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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5 07:14  |  수정 2018-10-25 09:06  |  발행일 2018-10-25 제3면
■‘보잉 MRO센터’ 철수 의사에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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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장밋빛 공약을 남발했던 영천의 보잉MRO센터가 결국 짐을 쌀 모양이다. 2015년 보잉 MRO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김관용 경북도지사(오른쪽 다섯째)와 에릭존 보잉코리아 사장(오른쪽 넷째) 등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영천 녹전동에 들어서 있는 보잉항공전자 MRO(항공수리·정비)센터가 준공 40여 개월 만에 짐을 쌀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영천시 공무원과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4일 영천시에 따르면 보잉 MRO센터는 2015년 5월 준공 당시 세계 최대 항공우주기업 보잉사의 아시아·태평양시장 진출 전진기지로 큰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국내 항공산업 발전은 물론 고용 창출·경제 활성화 등 기대감을 안겨줬다. 영천시는 “항공전자부품 육성사업에 미래 100년의 먹거리가 달려 있다”며 항공전자산업과 연계한 거점부품단지 조성사업인 ‘에어로테크밸리’에 큰 공을 들여 왔다.

경북도·영천시는 2014년 부지 1만4천여㎡(경북도·영천시 각각 50% 소유)에 50년 무상임대(5년 단위 연장) 등 파격적 조건으로 보잉사에 토지를 제공했다. 보잉사는 2015년 2천만달러(220억원·순수 건축비는 32억원)를 투자해 영천 녹전동 1만4천52㎡에 1천64㎡ 규모의 센터를 건립했다. 준공식엔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 에릭존 보잉코리아 사장, 리앤 커렛 보잉디펜스글로벌서비스지원 사장 등 300여 명이 참석해 ‘항공전자산업 허브 영천’을 기원했다.

그러나 느닷없는 보잉MRO센터 철수·폐쇄 움직임에 영천 신성장산업의 큰 축인 미래 항공산업 장기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더욱이 보잉 MRO센터 가동 이후 영천지역에서 고용 창출·경제 활성화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에 주민들은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주민들은 “이럴 거면 왜 영천의 요지에 건물을 짓고 ‘항공산업 육성’이라는 애드벌룬을 띄웠느냐”면서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영천시 등 행정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천 보잉MRO센터는 보안을 이유로 평소 접근은 물론 사진 촬영도 할 수 없다. 영천시 관계자는 “공무원도 사전허가 없이는 출입이 금지된다. 직원 2~3명이 근무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모른다”며 “센터측과는 전혀 소통이 안돼 신규 고용창출·지역업체 협력사업 등 통계도 없다”고 말했다.

보잉사가 영천시에 보낸 공문 등 여러 정황에 비춰 보잉MRO센터는 준공 4년도 안돼 ‘영천 둥지’를 떠날 게 확실시된다. 보잉MRO센터는 건물 건립과 일부 장비만 갖추고 있을 뿐 지역에 경제적 이득을 준 게 하나도 없다는 게 영천시청 안팎 얘기다. 사실 그동안 영천시민 사이에선 “보잉MRO센터가 있어도 그만, 떠나도 그만”이라는 푸념이 심심찮게 나왔다.

“보잉MRO센터를 ‘아시아·태평양 항공전자 MRO 허브’로 키워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지자체장들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지금 영천시민들은 과거 보잉MRO센터 기공식·준공식 행사 때 참석해 영천 항공산업의 ‘장밋빛 미래’만 외친 광역·기초지자체장의 말을 되새기고 있다.

영천=유시용기자 ys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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