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천여명 동시에 “쿵쿵 골”…콘서트장 온듯 흥분

  • 유선태 명민준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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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1   |  발행일 2019-03-11 제3면   |  수정 2019-03-11
대구FC ‘대팍시대’ 대박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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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개장 후 처음으로 프로축구 대구FC - 제주 유나이티드 경기가 열린 대구 북구 DGB대구은행파크를 찾은 시민들이 줄지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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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빈들이 개장 축하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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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대구FC의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경기장요? 좋네요, 정말. (국내 타구장에 비교해서도) 거의 최고인 거 같아요.” K리그 홍보대사인 BJ감스트가 DGB대구은행파크(이하 대팍)를 본 소감이다. 9일 개장식 겸 홈개막전이 열린 대팍을 찾은 관중 대부분은 ‘기대 이상’이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특히 K리그 홍보대사로서 국내 여러 축구장을 수시로 드나들었던 BJ감스트 역시 엄지를 치켜세우며 대팍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대팍을 찾은 1만2천172명의 관중 및 관계자들도 새 구장을 대표하는 가까워진 그라운드와 알루미늄 바닥을 비롯해 각종 편의시설 등을 이용하며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경기 5시간 전부터 열기

이날 킥오프 시간은 오후 2시. 경기장 흥행의 잣대라 할 수 있는 매표행렬은 5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시작됐다. 일찌감치 예매분 1만1천장이 동이 났고, 현장 판매분이 1천장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희망을 품고 대팍을 찾았다. 아들 성민군(12)과 함께 대팍을 찾은 권대한씨(48·대구시 수성구 범물동)는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현장판매표 1호 구매자가 됐다. 권씨는 “대구FC 팬인데 어찌 대팍 개장경기를 거를 수 있겠나”며 “현장판매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오전 일찍 찾았는데 1호 구매자로서 표도 기념으로 남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현장판매분은 판매시작 시점인 낮 12시 조금 지나 매진됐다. 때문에 구단측은 한시적으로 입석 입장권 500장을 판매하려 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포기,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입장시간인 12시부터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조광래 대구FC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장행사가 진행됐다. 기념 식수와 동상 제막 등 축하 행사가 이어졌다. 테이프 커팅과 축포가 새로운 ‘축구 메카’의 탄생을 알렸다. 대구의 간판스타인 골키퍼 조현우는 경기 시작을 위해 골대로 가면서 홈 서포터스 석을 향해 ‘90도 인사’로 열기에 보답했다.


#달아오른 분위기
오전 9시부터 현장표 구매 행렬
표 동나자 아쉬운 발길 돌리기도
꽉찬 경기장에 메아리치는 함성
시즌 흥행·응원 열기 끌어올려

#옥에 티
안내요원·표지판 태부족 목소리
좌석 밑공간에 빈틈…사고 우려
스탠딩석은 어린이들 이용 불편
홈스토어 상품 가격불만 쏟아져



관중도 응원 준비에 한창이었다. 특히 바뀐 유니폼과 응원용 머플러를 구입하기 위한 발길이 팀 스토어를 향했다. 기존의 대구스타디움의 경우 팀 스토어가 컨테이너 박스 공간에 마련돼 있어 볼품이 없었다. 하지만, 대팍에 새롭게 마련된 팀 스토어는 현대식 감각에 맞춘 인테리어로 관중의 발길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구장 안에서는 대구FC 서포터 ‘그라지예’가 고성동 시대에 맞춘 새 응원가 ‘잠들지 않는 도시’를 연습하며 흥을 돋우고 있었다. 노재관 그라지예 회장은 “‘운명이 이끄는 하늘빛 꿈들과 우리 함께 고성동으로!’라는 가사다. 고성동으로 옮겨온 축구단을 위해 직접 작사했다”며 “개장식 전부터 축구장을 찾아서 수차례 연습을 했는데 막상 개장일이 되니 더욱 흥분된다. 대구FC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응원전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라지예는 선수들이 입장하자 ‘입주를 축하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흔들어 보이며 환영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스포테인먼트 공간

첫 느낌은 강렬 그 자체였다. 개장 첫 경기를 치른 대팍은 단순한 축구장을 넘어 지역의 새로운 놀이공간으로서의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일단 주목해 봐야 할 숫자가 있다. ‘1만3천351’과 ‘1만2천172’이다. 1만3천351은 지난 시즌 홈 개막전 당시 대구스타디움을 채운 관중이며, 1만2천172는 대팍 개장식을 찾은 관중이다. 지난해 1천179명이나 더 많은 관중이 찾았지만 6만6천422석에 달하는 대구스타디움을 채우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구름 관중이 몰려왔지만, 대구FC를 향한 시민 열기는 오히려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대팍은 달랐다. 경기시작 전 관중이 절반도 채 차지 않았음에도 밀집형 좌석으로 인해 군중 효과가 발생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대팍은 경기장 인근 주택가에 소음이 퍼지지 않고 관중 함성과 열기가 외부로 빠지지 않도록 설계됐는데, 관중의 함성소리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 서포터스 그라지예와 장내 아나운서의 구호에 맞춰 응원전이 펼쳐졌는데 관중의 함성 소리가 장내를 휘감고 마치 메아리같이 울려퍼져 관중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하이라이트는 알루미늄 바닥을 활용한 응원전이었다. 이는 대팍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를 조짐까지 보였다. 경기 도중 공격기회 상황마다 전광판에는 ‘쿵쿵 골’이라는 글과 함께 발을 아래쪽으로 구르라는 그림이 나왔다. 그라지예의 북소리에 맞춰 1만2천여 관중이 다함께 발을 굴렀는데 소리와 진동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울려 퍼져 콘서트장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향후 이를 토대로 다양한 응원 문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7m 폭으로 가까워진 관중석과 그라운드까지의 거리도 대팍의 흥행 포인트였다. 대구스타디움 시절에는 선수를 구분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이제는 선수의 축구화 브랜드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선수들의 표정과 공의 회전 여부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 축구 마니아의 발길을 끌어모으기 충분해 보였다.

이날 대구 선수들은 이른바 ‘12번째 선수’라는 홈 관중과 소통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세징야는 코너킥을 얻자 관중을 향해 양손을 아래위로 들어 보이며 호응을 유도했다.

실제로 경기가 끝난 후 세징야는 “관중과 정말 가깝게 소통할 수 있어 흥분됐다. 특히 알루미늄 발구름 응원은 너무 흥분되는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흥행, 경기 내외적 개선에 달려

무엇보다도 대팍의 열기를 계속 살리기 위해서는 대구FC의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리그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 1-1로 비기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데뷔전에선 호주 멜버른 빅토리를 격파해 경기력에서도 새 바람을 예고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난적 제주 유나이티드를 2-0으로 물리치며 상위 스플릿에 명단을 올렸다.

그러나 대구는 올 한해 ACL과 K리그1, FA컵 등을 병행해야 한다. 주전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칫 한순간에 페이스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선수 기용을 통한 체력 안배, 부상 방지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올 시즌 합류한 다리오의 파괴력이 커져야 대구의 전력을 더 높일 수 있다.

경기외적인 부분도 흥행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도 중요하다.

안내요원 부족으로 인해 경기 시작 전 매표소 앞에서는 관중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현장판매분이 1천장 남은 상황이었지만 판매원이 이를 숙지하지 못하고 “표가 동이 났다”고 말하는 바람에 일부 관중이 불만을 토로하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후 판매처측이 내용을 정정하면서 관중이 줄을 다시 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온라인 예매자를 위한 무인 발매기도 구석에 방치돼 있어 많은 관중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또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시설 등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부족해 불편을 겪어야 했다.

홈 스토어 내 판매 상품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김정호씨(35)는 “유니폼 제작 업체가 잘 알려진 메이커도 아닌데 10만원을 호가하고, 가방도 별 기능이 없는데 10만원이 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관중석의 안전성에 관한 아쉬움도 있었다. 김용민 그라지예 현장팀장은 “알루미늄 발판이 응원에 이용돼 좋지만 좌석 밑공간 사이에 큰 빈틈이 있어 아무래도 위험해 보인다. 스탠딩석의 경우 팔을 받칠 수 있는 곳이 너무 높아 어린 팬들이 응원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라운드 잔디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경기장 지붕으로 인해 낮시간 그늘이 지는 서편 부분 그라운드가 경기 도중 유독 심한 패임 현상이 발생했다. 대구시는 농림운영직 공무원 6명으로 잔디관리팀을 구성해 대팍 그라운드를 전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조장현 DGB대구은행파크 잔디관리팀장은 “그늘이 지는 부분은 잔디가 햇볕을 많이 받지 못하기 때문에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해 잘 패인다. 기온이 올라가면 뿌리를 내려 그런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직원 6명이 매일 새벽에 출근해 병충해를 확인할 정도로 열성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경기환경까지 좋은 대팍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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