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3개월 전 새기술 적용…지열발전소 실험장 된 포항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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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5 07:12  |  수정 2019-03-25 08:49  |  발행일 2019-03-25 제1면
시민 몰래 해외학술지에 소개
정치권은 복구 대신 책임공방

포항이 사실상 지열발전의 국제실험장으로 활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포항시민을 망연자실케 하고 있다. 이는 포항지진 3개월 전 새로운 물 주입 기술이 포항지열발전소에 처음 적용됐다는 한 국제 논문에 따른 것이다. 이로써 지열발전 사업을 주도해 온 포항지열발전소연구단이 지진촉발 위험성을 시민에 알리지 않은 채 해외 학술지에 지열발전 경과·지진 발생 현황을 상세히 발표하는 등 실적 쌓기에 치중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 등에 따르면 2017년 8월7∼14일 포항지열발전소에서 진행된 물 주입 작업에 유럽지역의 ‘디스트레스(DESTRESS)’라는 연구단체가 참여했다. 이 연구단체의 활동은 올해 1월30일 발간된 국제지구물리학저널에 상세하게 소개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연구원이 저자로 참여한 이 논문은 ‘부드러운 순환 자극이라는 수리자극 방식을 실험실 환경이 아닌 실제 지열발전 현장에 적용한 게 포항이 처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서울대·넥스지오·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들은 2016년 1월29일~2월20일 포항지열발전소의 PX-2 지열정에서 진행한 첫 수리자극과 이에 따른 미소진동을 2017년 2월 스탠퍼드 지열 워크숍에서 발표했다. 2015년 4월 호주에서 열린 세계지열콩그레스에서도 포항지열발전소의 지열정 시추 과정과 애로사항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포항시민들이 일제히 분노하고 있다. 시민들은 “그동안 지진 위험성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지열발전소연구단에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해왔다”면서 “주관사인 넥스지오와 연구 참여 기관들이 시민에게 ‘모르쇠’로 일관한 채 해외 학술지엔 유발지진 논문을 제출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민들은 정부 발표 이후 진흙탕 싸움만 벌이고 있는 여야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민 A씨(59)는 “여야가 신속한 지진 피해 복구 노력은커녕 ‘책임 떠넘기기’ 작태만 벌이고 있다”면서 “지금은 정치적 편을 가를 때가 아니라 상처받은 포항시민의 상처를 치유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분개했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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